시작부터 ‘논란’이었던 프로포폴 수사 구설수
檢 무리한 수사 및 기소 제동 걸릴 수 있어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포폴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기소의 적법성을 따져본다. 검찰 내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의 눈으로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프로포폴 의혹 사건’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수심위 소집 요구를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수심위는 검찰이 수사권 및 기소권 독점에 대한 남용을 막아보겠다며 스스로 만든 제도다. 검찰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는 중립적인 ‘제3자’의 눈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대한 적법성을 판단해 수사, 기소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로서는 수심위 개최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민위가 수심위 소집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것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로 해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에 대한 적법성을 따질 필요가 없으면 수심위가 열릴 이유가 없다. 이번 프로포폴 의혹 사안을 두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강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이번 사안은 시작부터 논란과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이었던 공익신고자 20대 남성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공갈범’으로 법적 판결을 받으면서다. 프로프폴 의혹을 제기했던 이 남성은 이 부회장에게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다가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1, 2심 모두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안을 두고 수사의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며 “불법투약을 한 바 없다는 사실은 해당 병원장등의 일관된 진술로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이 사안을 두고 1년 넘게 수사를 끌었음에도 명백한 증거 확보와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민위의 수심위 개최 입증 또한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검찰이 혐의를 명백히 입증했다면 수심위까지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지난해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심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수심위는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로로직스 회계’ 의혹 사건을 두고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했다. 수사를 이어갔고 결국 기소도 강행했다. 당시 10 대 3으로 압도적 의결로 내려진 수심위 결론을 검찰이 180도 뒤집으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번에도 수심위 결론을 또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검찰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구설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수심위가 또 다시 무시된다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