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차영환 기자] 山 컨템포러리 아트컴퍼니의 박수련 대표 가 방배동에 새로이 화랑(갤러리 山)을 개관한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미술계의 참신한 작가들을 발굴해 아트페어는 물론 디지털전시 등 형식의 차원이 다른 컨텐츠를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특히, 요즘은 팬데믹으로 미술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작가들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개인적 소신으로 방배동에 새로이 공간을 마련했다. 앞으로 전문적이고 새로운 개념의 전시 기획을 통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그는 밝혔다.
이번 개관기념전은 극사실주의적인 추상과 비구상적인 추상의 정점에 서 있는 대표적인 작가 지석철과 이도규(相孝)의 2인전과 역량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중견작가들과 함께 하는 단체전을 기획했다.
기념전 1부에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우리나라 극사실주의 1세대 대표작가인 ‘의자 작가’ 지석철과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로 다양한 색과 금·은색의 오묘한 조화를 통해 순수 비구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도규相孝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어 대척점에 서 있는 듯 보이는 작품들은 한자리에서 서로 부딪히며 공간을 압도한다. 그러나 그 부딪힘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처럼 두 작가의 작품세계는 외형적으로는 완벽하게 다르지만, 정서적으로는 묘하게 통하는 그 무엇이 있다. 작품도 인간적 풍모도 서로 이질적이지 않다.
지석철은 자신의 아이콘인 소파 쿠션의 등받이 부분과 작은 의자를 통해 부재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그 의자는 앉을 수 없는 의자로 “의자가 아닌 또 다른 것이 되어도 좋을” 존재의 표상이다. 이러한 의자를 등장시키며 연출하는 화면은 시대의 상실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부재는 그곳에 존재했음을 전제로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있다. 그렇게 그가 지닌 부재의 사연은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다.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꿈과 낭만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석철과 이도규가 만난다. 이도규는 반복적으로 드리핑되며 생성되는 우연과 필연이 어우러지는 평면작업과 영혼의 무게를 상징하는 21grams라는 테마의 입체작업을 통해 존재 자체에 관해 성찰하고 있다.
그 성찰에는 지석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실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꿈과 낭만이 서려 있다. 흐르다 이내 멈추어버리고, 다시 또 흐르기를 반복하며 생성되는 흔적과 침묵으로 자신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화려하지만 뽐내지 않는다. 금색과 은색의 화려함과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정하면서도 정제된 느낌을 주는 화면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한편, 개관기념 1부 전시는 오는 4월15일부터 5월 9일까지이며 장소는 화랑 갤러리 山(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876-3.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