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겨냥 "특정 세력에 주눅드는 순간 민심과 유리"
[매일일보 박지민 조현경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원을 늘리는 대신, 검찰의 수사 인력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적인 조직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직은 외부에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통한 언론개혁 추진과 당내 친문(재인) 패권주의를 겨냥하기도 했다.
❚ 공수처 보강...중수청 언급은 없어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공수처의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 전부"라며 "검사 2000명, 수사관 6000명을 거느린 검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 후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이 68.5%나 줄었다"며 "6000명에 달하는 검찰청의 수사인력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송 대표는 또 "국민권익위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고충민원 처리를 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여기서도 예외"라며 "검찰 옴브즈맨 제도를 도입해 이 같은 특권을 해체하겠다"고 했다. 이어 "제도개혁만큼 문화와 사람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며 "기수별로 서열화 된 검찰의 폐쇄적 조직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직을 외부에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다양한 법조경력자들을 검사장으로 임명해 서열화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바꾸고 국민에 봉사하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공식화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송 대표는 "잘못된 보도로 개인의 사회적 생명이 무너지고 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해도 언론은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국민 80%가 지지하는 제도인 악의적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포털이 아닌 언론이 직접 뉴스를 공급하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포털이 좌우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개선하는 문제도 시급하다"며 "권력화된 포털로부터 언론을 독립시키고 국민이 언론으로부터 직접 뉴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 친문 당원들 문자폭탄 정조준도
송 대표는 친문(재인) 등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비롯된 '문자 폭탄' 논란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며 "집값 상승과 조세부담 증가, 정부와 여당 인사의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저는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유능한 개혁과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당대표에 취임했다"며 "정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결정적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라며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 국민의힘 "송영길 말뿐인 변화 우려"
이날 송 대표 연설에 국민의힘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놨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 체제에서 그동안의 내로남불, 민심과의 불청, 불통을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변화의 노력을 하겠다는 연설에 제1야당으로서 국민을 위해 응원한다"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황보 대변인은 "송 대표는 순국선열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천안함 최원일 전 함장을 비하한 당내 인사에 대한 징계는 외면하며 흐지부지 넘어가려 하고 있다" 또 "아직 아무도 당을 떠나지 않았음에도,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 대한 탈당 요구로 마치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생의 시간을 만들자면서 오직 정권 보위를 위한 것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느냐라며 "말에 그치는 변화와 혁신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