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7 재보선 참패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반성문을 내놨다.
송 대표는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결정적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었다"며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자폭탄'으로 대표되는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혹독한 자아비판이다.
송 대표는 또 4.7 재보선 참패를 두고 "집값 상승과 조세부담 증가, 정부와 여당 인사의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내로남불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도부는 가슴 아프지만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 12명 국회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정당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송 대표의 반성문이 공허하다는 비판이 많다. 당장 송 대표가 '정당 사상 초유의 결단'이라고 했던 부동산 투기 의혹 현역의원 12명에 대한 탈당과 출당 문제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금배지를 떼라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 당적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요구조차 억울하다며 결코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넘치는 게 민주당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초유의 결단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부동산 정책 수정은 당내 반발에 막혀 결국 표결로 결론내겠다고 한다. 이미 참여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마추어가 득세하는 현실이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집착이 어디 부동산 하나 뿐이겠는가. 각종 정책 전반에 시민사회 시절 도그마와 운동권의 이념이 넘쳐난다.
마침 '미스터 쓴소리' 이철희 정무수석이 다음날 민주당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 "진보라는 세력, 특히 민주당이나 이쪽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혁신을 포기했을 때는 더 이상 진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을 축하하면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넘어 합리적인 보수로 발전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구시대의 이념과 도그마의 강을 건너는 게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