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는 세금이 절반… 서민 부담 더는 유류세 인하 목소리
‘탄소중립’ 정책 밀어붙이는 정부, 유류세 인하 외면 우려도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국내 휘발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를 통해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1808.33원으로 전날(18일)보다 6.78원 상승했다. 최고가는 무려 2634원에 이르렀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이날 1731.17원으로 전날보다 5.28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국제 원유 공급 부족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2% 오른 배럴당 82.44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8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2014년 말 이후 7년 만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제 재개로 원유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산유국들이 추가적인 증사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에 진입해 국내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불을 지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은 서민들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미 달걀(43.4%↑), 상추(35.3%↑) 등 생활물가가 급증하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인플레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는 3%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 요인과 유가, 환율 오름세로 상방 압력이 높아 3%대 물가상승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휘발유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서민들 생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휘발유 가격에는 각종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관세, 수입부가금 등이 덧붙여진다. 여기서 휘발유 1리터당 정액 세금이 761.89원이고, 국제유가 수입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더해지면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넘어선다. 즉. 서민들이 지불하는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상은 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늘어난 세수 상황도 유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올해 8월까지 걷힌 국세는 24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조7000억원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탄소중립’ 정책을 의식해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휘발유 사용을 기여하는 유류세 인하가 국가 중점 사안으로 잡은 ‘탄소중립’과 결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 탄소중립위원회는 전날 2030년 탄소 배출 감축안을 2018년 대비 26.3%에서 대폭 상향한 40%로 수정 발표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