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이어 박근혜도 재평가 "기본소득 도입"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압도적인 정권교체 여론이란 벽을 마주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대해 사과하며 "이재명정부는 전혀 다른, 더 유능하고 민생적이고 전진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 수용 불가' 입장에서 벗어나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文정부, 부동산 악화시켜"
이 후보는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권교체 여론과 관련해 "저는 3기 민주당 정부가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문제나 사회경제 개혁과 관련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부동산 문제 같은 경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인정한다"며 "문재인정부, 민주당 정권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그 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현재의) 정권교체에 관한 얘기는 지금 다른 역대 정권보다는 사실 낮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대통령 측근·친인척의 부정부패 문제가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있었는데 그 문제가 (문 대통령에게는) 최소한 없다는 점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정권교체 욕구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며 "과거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정말 압도적으로 높은 정권교체 여론 속에서도 새로운, 정권교체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으면서 대통령이 되지 않았냐"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권교체와 정권유지(여론)의 격차만큼 윤석열 후보와 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런 점을 보여준다"며 "이재명정부는 (문재인정부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 전혀 다른, 더 유능하고 민생적이고 전진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 박정희·박근혜 부녀 재평가
유능한 이재명정부를 내세운 이 후보는 김대중정부의 IT산업 육성 성과와 함께 박정희정부의 산업화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라는 큰 성과를 만들었다"며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야 한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민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당시에는 자원이 매우 부족한 시대였기 때문에 특정 소수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다"며 "저개발 국가로선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자신의 '기본소득'이 유사하다고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책으로써 기본소득을 가장 빨리 도입한 분은 놀랍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65세 이상에게 차별없이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 제가 말하는 노인 기본소득, 아동들에게 월 얼마씩 지급하겠다는 것이 지금 시행하는 부분적 아동 기본소득이다. 이게 쭉 연결되면 전 국민 기본소득이 된다"고 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통치를 재평가한 것은 중도층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대장동 특검 '조건부 수용'
이 후보는 자신에게 제기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야권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검 주장에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윤 후보의 부실수사 의혹 등도 특검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을 동시에 하자는 윤 후보의 제안에 대해서는 "특검을 빙자해 수사 회피,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대장동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윤 후보 본인, 가족의 부정부패는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피하기 위해 수개월 소요되는 특검으로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반대"
이 후보는 지난 경선 당시 불거졌던 '미 점령군' 발언 논란에 대해선 "주한미군의 성격은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한반도에 진주한 소련군과 미군은 스스로 점령군이라고 했고 객관적 실체도 점령군이었다. 그것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부수립 이후 주둔하는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과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관계로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라며 "이건 점령군이 아니고 동맹군이다. 둘을 뒤섞어 시점상 전혀 다른 것을 같은 것처럼 하는 것은 정략적 왜곡"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또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군에 계속 작전지휘권을 양도하고 미국의 국가적·군사적 이익이 관철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이라고 본다"며 "전시작전권 반환이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대해선 "당연히 반대한다"며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었는데 여기에 일본을 끼워 넣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