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기조에 고철값 t당 60만원까지 올라
철강사, 판가 인상으로 대응…철강재 수요 견조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철강 원부자재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철강수요 증가 속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된 여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철스크랩(고철)과 합금철 등 철강 원부자재의 가격 강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합금철은 철강 제련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철강의 성질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필수 부원료다.
현재 전국 철스크랩 평균 가격은 톤(t)당 57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상승했다. 지난 9일에는 13년 만에 t당 6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들어 철스크랩 가격이 큰 폭으로 뛴 이유는 전 세계적인 탄소저감 정책으로 해당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은 쇳물 생산 시 철광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철강재를 만들 경우, 고로(용광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포스코 등 고로업체들이 고로에 철스크랩 투입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친환경 제철공법이 상용화되기까진 글로벌 고철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기로 생산량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고철 사용량을 기존 2억6000만t에서 3억2000만t으로 23%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2030년까지 철스크랩 사용량을 점차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철스크랩은 공급이 한정적인 반면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전략물자화 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주도로 설립된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지난 6월부터 철스크랩 수출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올 초부터 고공비행을 이어가다 최근 들어 한풀 꺾였다. 지난해 말 t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철광석값은 올해 한때 t당 200달러를 넘긴 뒤 현재 90달러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하지만 고철값 강세는 물론, 철강재 수요 증가는 내년에도 제품가 강세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7일 열린 ‘2022년 철강 시장 전망 세미나’에선 내년 철강 내수 수요가 5500만t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글로벌 경기회복 영향으로 수출 역시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세계철강협회는 내년 철강 수요가 올해보다 2.2% 늘어난 18억9600만여t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은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분을 판가 인상으로 적극 대응해 올해 연간 최대 실적 갱신이 확실시되지만,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 수요업계에선 철강 원재료 가격 변동성에 따른 악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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