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도 야도 소액주주편…기업 지배구조 규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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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여도 야도 소액주주편…기업 지배구조 규제 압박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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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자사주 규제・증권집단소송제 활성화 공약
윤석열, 자회사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 배정 공약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로 연결되는 자본시장 공약을 제시했다. 사진은 시민단체가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요 정당 후보들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로 연결되는 자본시장 공약을 제시했다. 사진은 시민단체가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주요 정당 후보들이 원론적으로는 네거티브규제를 표방하지만 구체적 공약에는 대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내용을 담았다. 최근 자본시장 내 불거진 횡령 사건이나 물적분할 이슈 등의 역풍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다소 급조된 공약이지만, 전국민의 주식투자가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에도 비슷한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을 보면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분할, 합병, 대규모 영업양수도 시 소액주주들의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는 공약도 파격적으로 설정했다.

이 후보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이 되살아 나는 자사주 매직을 방지하겠다며 현 정부의 자사주 규제 정책도 승계할 뜻을 밝혔다. 자사주 규제는 다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단 1개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현정부의 지키지 못한 공약이 됐다. 기업 측면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나 회사 분할 시 자사주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만큼 규제 법안을 상당히 꺼려왔다. 이들 법안은 장기 표류해 기업들이 입법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이 후보가 당선될 시 걱정이 커진다.

현 정부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되고 신규 상호출자제한 집단에 대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집단은 이미 계열사 분할・합병, 지분 취득 또는 매각 등 제도 변경에서 비롯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사익편취규제가 강화되자 특정 계열사 내 지배주주 일가 주식 일부를 규제 기준선 밑으로 매각한 현대차그룹 사례가 있다. 현대차는 몇 안 남은 순환출자 구조로 된 기업집단으로 향후에도 관련 제도 변동 가능성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상존한다. 그 속에 자사주를 비롯해 각종 자본시장 제도 변화가 수반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이미 현 정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보유지분 요건이 강화돼 신규 지주회사부터 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2018년 당시 추진했던 현대모비스의 사업회사와 지주회사 분할 형태의 개편을 재시도하거나 다른 변형 개편 시나리오를 추진할 경우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그 속에 자사주 규제까지 현실화된다면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 현대차와 비슷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규제 적용 시점 이전에 개편하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관련 규제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비해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방면에서는 두 후보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이 부분 공약에서는 수사 강화, 제재 강화, 내부고발자 활성화, 회계 공시 투명성 제고 등 방향성만 취할 뿐 자사주 규제처럼 구체적이지 않다.

물적분할 시 매수청구권을 확대하거나 소수주주의 의사결정 참여 방법을 확대하는 방안 등 물적분할 규제에 대해서도 두 후보 공약은 비슷하다. 이 부분에서는 두 후보가 분할 재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를 부여하는 공약이 같다. 윤석열 후보가 자회사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 공모가로 청약하는 방식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도록 해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 공약 역시 기업의 분할 결정을 어렵게 하는 등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집단소송제를 활성화하고 피해자 손실 구제 제도를 마련하기로 하는 등 최근 재계에서 논란이 커진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확대 정책 노선과도 비슷한 결을 타고 있다.

한편,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기업 설문에서는 차기 정부 임기가 대부분인 올해 기업 규제 환경을 다수가 부정적이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이다. 올해 기업규제 환경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대선 전후 포퓰리즘 정책 남발’(31.5%), ‘정부 규제개혁 의지 부족’(29.2%)을 가장 높게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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