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6, 5, 4, 3, 2, 1, 0, 발사…." 25일 오후 5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발사된 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지휘소(MDC)에서는 짧은 환호와 함께 위성의 우주궤도 실패에 따른 아쉬움이 교차했다.
나로호가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하늘 문'을 향해 치솟자 두 손을 붙잡고 있던 MDC 연구원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주먹을 불끈 쥐거나 서로를 부둥켜 안았으며, 일부 연구원들은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뇌리에 스치는 듯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나로호 발사 참관을 위해 발사통제동을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 100여명도 환호와 함께 힘찬 박수로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
이어 9분 뒤 나로호가 고도 300㎞를 지나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와 분리된 것이 확인되자 MDC의 연구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환호속 안도는 짧은 순간이었다. 나로호와 분리된 과학기술위성 2호가 예정보다 36㎞ 높은 고도 342㎞에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MDC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위성이 목표 궤도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해 위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위성이 미아가 됐다"는 소식에 연구원들의 얼굴빛은 다시 굳어졌고 MDC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결국 오후 6시10분께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로호는 오늘 오후 5시 발사 후 1단 엔진과 2단 킥모드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나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 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안 장관은 "교과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현재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러 공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정부 차원의 우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도 병행해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이번 발사 실패에 따라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께 나로호를 재발사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작과 실패까지의 MDC
발사를 1시간 앞둔 오후 4시. 오전 8시50분에 발사 운용을 시작해 7시간여를 숨가쁘게 달려온 MDC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미 한번의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익숙할 법도 했지만 긴장감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배가됐다.
MDC 내 연구원들은 헤드셋을 낀 채 데스크탑 모니터와 전면의 대형 스크린을 봐가며 예정된 발사 카운트다운에 집중했다.
MDC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중앙에 발사를 기다리는 나로호의 모습과 함께 한반도 주변 기상도, 나로호 산화제 충전장치, 연료 주입장치, 발사장 주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나로호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정계와 과학계, 러시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도 다시 발사통제동을 찾았다.
발사 50분 전인 오후 4시10분. 발사체 기립 장치가 철수를 시작했다. 32분이 지난 오후 4시42분. 모든 시스템의 발사준비가 완료됐다.
이어 발사 15분 전인 오후 4시45분. 모든 기기와 기상 상태, 주변환경을 고려해 발사가 적합하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져 손꼽아 기다리던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지난번 자동카운트다운이 시작된 후 발사 7분56초를 앞두고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가 중지됐기에 MDC내 연구원들의 긴장감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온몸의 신경세포를 곤두세운지 14분50초가 지나 드디어 '10, 9, 8, 7, 6, 5, 4, 3, 2, 1, 0, 발사'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현실이 됐다.
이후 나로호는 54초만에 음속돌파를 시작했고 3분52초에는 1단 로켓 분리, 6분35초에는 2단 로켓 점화, 9분에 과학기술위성 2호 분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데이터를 전송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위성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위성이 본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나로호의 성공적인 이륙에 그동안의 땀과 눈물을 보상받 듯 눈물을 흘렸던 MDC 연구원들의 표정도 궤도 진입 실패에 금새 어두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