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환영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미 동맹의 복원과 강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 장소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전통 의장대가 양 정상을 맞이한 가운데 만찬장에는 ‘팔도 산채 비빔밥’을 비롯한 만찬 음식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인 샤또 몬텔레나·한국의 문경 오미나라 스파클링 와인 등 만찬주가 마련돼 있었다.
윤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한미 동맹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안보동맹을 넘어 첨단 기술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을 바이든 대통령님과 함께 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인용해 한미 동맹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다. 우리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인권,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인용한 시구는 앞서 지난 2017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당시 부통령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며 읊은 바 있다.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메달을 수여받으면서 눈시울을 붉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건배사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며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아갈 기회를 가졌다는 것으로,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초기부터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예이츠의 시를 인용해 이야기해줘서 굉장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 한미가 나란히 싸워서 70년간 한반도를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위대한 양국 동맹과 향후 수 십 년 동안 번영을 지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함께 갑시다’는 한미연합사의 구호다.
한편, 이날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양국 정상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병석 국회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8명이 앉았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제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 분”이라며 안 전 위원장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 위원장이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공부했다고 밝히자 자신이 교수로 있었다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는 만찬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만찬 직전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하고 함께 박물관 전시를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