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 침체에 IT·전자업계에도 몸집 줄이기 나서
상태바
[기획] 경기 침체에 IT·전자업계에도 몸집 줄이기 나서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2.08.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 IT기업, 광고매출 감소·인건비 상승 타격
반도체 업계, 원자재값 인상 등 여건 악화에 투자 늦춰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IT·전자업계도 투자를 줄이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통신 IT 및 전자 분야는 기술 중심의 경쟁력으로 사업을 영위해 제조업보다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영향을 덜 받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는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들은 비용절감과 생산 효율성 향상을 위해 인사 제도를 손보고 직원 감축 등 여러 가지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IT기업들도 인력 채용 규모를 줄이고, 전자 업계도 설비 투자 속도를 늦추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이미 시작했다.

구글은 경제 위기에 따른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대신 직원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심플리시티 스프린트’라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프린트는 기술 기업에서 공통의 목표를 위해 짧고 집중적인 추진력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주의를 분산시킬 상황을 최소화하고 제품 생산과 회사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구글의 판단이다.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은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 해고에 들어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직원 18만1000명의 1%를 줄이기로 했다. 메타는 연내 1만명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6000~7000명으로 낮췄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두 회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카카오는 매출 1조8223억원, 영업이익 1710억원, 네이버는 매출 2조458억원, 영업이익 3362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당초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광고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커머스 사업도 경기 침체 여파에 시장이 축소됐다. 빅테크 기업에게 광고 매출은 중요한 수입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건비 증가 여파도 겪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인건비 43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8.4%,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규모다. 카카오의 인건비는 4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사상 최악의 고물가가 인건비에 반영돼 직원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비대면 IT 호황 시기 판교를 중심으로 국내 IT업계에서 개발자 영입 경쟁이 벌어진 것도 인건비 증가를 부추겼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임직원 연봉을 각각 10%, 15%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인건비 증가 여파는 게임사도 다르지 않은 처지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초 넥슨, 넷마블이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렸다. 크래프톤이 직원 연봉을 2000만원 일괄 인상하면서 불이 붙었다. 집토끼부터 지켜야 하는 테크기업들은 예년보다 높은 연봉 인상률을 제시했다. 현재 과도한 임금인상율은 수익성 향상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 속도를 늦추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 증설을 잠정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해 놓겠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IT·전자업계의 긴축 경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환율·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앞으로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