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지각 개의…본 질의 전부터 여야 공방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첫날인 4일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개의 전 피켓 시위로 양측이 대립한 데 이어 본 질의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부터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대한 날 선 공방을 이어 나갔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법원행정처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개의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의원들의 피켓 시위로 약 1시간 가까지 개의가 지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탄압 중단하라!'고 쓰인 피켓을 붙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쟁국감 NO, 민생국감 YES'라고 쓰인 피켓으로 맞대응했다. 여야 간사 간 협의 후 양측이 모두 피켓을 거두면서 10시 50분께 법사위 국감이 시작됐다.
질의 시작 전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시간 동안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조금 늦춰졌는데 깊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왜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정기국회 첫날 민주당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해서 깊이 한번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최근 상황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몰아치는 듯한, 특히 사정기관을 내세워서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이는 것 같아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질의서를 발부했고, (문 전 대통령은) 즉각 거부했다. 명백하게 최종 목표는 정치적 수사를 덧붙일 필요도 없이 문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은 "감사원이 올해 하반기에만 34개나 되는 특정 사안 감사를 새로 개시했다. 말이 특정 감사이지 문재인 정부의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서 집중하는 포괄적인 감사"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은 대담하게도 '정부 지원기관'임을 공개적으로 자인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감사원 조사 관련 발언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감사와 수사에 성역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알겠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감사원의 조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감찰 조사를 거부했는데 전직 대통령으로서 감사원의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피조사자로서 방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자사로 다루면 된다. 즉각적인 관계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조수진 의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에 서면 조사 요청을 받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해야겠다고 나오신 모양"이라며 "'무례한 짓'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아마 흔치 않은 용어일 것이다. 아직도 왕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은 성역이 아니다.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청도 처음이 아니라"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이것은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의원도 "대통령은 법치주의와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역대 대통령 누구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피하지 않았고 이미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사원의 서면 조사에 응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감사원에 대해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호통치는 것은 자신(문 전 대통령)이 말한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에 답 없이 그대로 되돌려 보낸 메일은 무책임하고 비장한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찍어 역사의 큰 오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