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기조와 유엔 제재 근거 상실돼
전문가들 '전략자산 대거 전개'는 유력, '미사일 요격'도 배제 못해
[매일일보 김연지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다양한 가능성' 발언과 대통령실의 '확장억제 획기적 강화'의 내용을 두고 미 항모 강습단의 한국 해역 상주, 실질적 전술핵 재배치, 강도높은 전략 자산 대거 전개, 유엔 안보리 근거 초강수 경제 제재 등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일본이 북의 핵탄두 소형화 실현을 경계하고 있어 전술핵 배치의 경우 방향을 일본으로 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분위기와 맞물려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대통령실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 수단 강구"는 조만간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첫손에 꼽히는 대응 방안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는 비용이나 절차 그리고 국민정서와 미 행정부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외교소식통과 외신들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견지해 온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스스로 저버린다는 점에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망설여지는 카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 배치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이행할 동력마저 상실된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미 백악관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 기조를 여전히 유지 중이다.
다만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한미 전략자산 대거 전개는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로 꼽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규모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는 입장에서 북한을 향한 강한 경고 성격으로 일정 정도의 전력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괌이나 오키나와 등의 전력을 조정하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대규모 연합훈련을 상시 실시하게 될 경우 전략자산 전개는 매우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어서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을 오래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핵 억제력 획기적 강화는 이제는 군사적 대응 성격으로 범위가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핵실험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면 실제적 군사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보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공해로 넘어오는 북 미사일의 요격도 한가지 방안일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다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른 경제적 제재는 사실 지금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요 카드로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나아가 현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대북 압박이 가장 유효한 카드인데, 미·중 갈등 국면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 무기 사용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어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