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미국 여야 정치권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대한 공방을 거듭하며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셧다운(일부 업무정지)이 이레째를 맞으면서 장화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을 상대로 잠정예산안 처리를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부채 한도 증액 협상 거부 카드까지 내걸면서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어 세계금융시장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한 건설회사에서 한 연설을 통해 베이너 의장을 겨냥, 즉각 잠정예산안을 처리해 셧다운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베이너 의장이 예산안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당내 극단주의자들이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희극을 중단하고 표결을 통해 셧다운을 중단시키라"고 말했다.
재무부도 이날 '부채상한 논쟁에 따른 잠재적 거시경제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가디폴트가 현실화하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소비지출, 경제성장 등에 모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경제에도 여파가 미치면서 2008년의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리세션이 재현될 수 있고 더 심한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정부의 셧다운도 좋지 않지만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한다면 훨씬 더 상황이 나빠지고 이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매우 중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미국이 디폴트 상황에 처하면 미국과 세계 경기 회복에 위험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셧다운이 2주간 이어질 경우 4분기 성장률은 0.25%포인트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도 "셧다운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4분기 성장률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연은 총재, IMF 총재, ECB 총재 등의 우려 언급에도 셧다운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여파가 그 여파는 점차 정부 계약업체를 비롯한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매출에서 정부계약 비중이 큰 보잉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는 이날 "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작업 차질과 함께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회보장국 공무원의 무급휴가 등으로 모기지승인이 지연되면서 주택시장 회복까지 위협하고 있다.
셧다운 장기화로 미국 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부채한도 증액 협상까지 결렬되면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미수출에 여전히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