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15년만에 최고 수준
파월 "최종금리 더 높아질 것" 5% 육박 시사
3년 전으로 돌아간 금리격차...한은 인상폭 주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대폭 인상했다. 이에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오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지속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유의 선택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상승했다. 이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도 더욱 벌어지게 돼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한국 경제 피해도 우려된다.
이날 단행된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예견된 결과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라 물가 안정이 여전히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대유행, 더 높은 식품·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과 관련한 수급 불균형을 반영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인명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전쟁 및 관련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준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간의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된 효과와 통화 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간적 격차, 경제 및 금융 상황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해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연준의 이번 조치로 미국과 한국(3.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연준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은 금통위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함께 0.2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1%포인트 금리격차는 3년여 전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그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오는 24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인상 폭은 아직 유동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경제·금융당국 수장들과 가진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할 뿐 즉답을 피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불안 심화에도 11월 금통위에서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높게 예상한다"면서 "여전히 거시경제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