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한국문화원, 현재까지도 '파오차이' 표기 콘텐츠 그대로 송출
이용 국민의힘 의원 "중국에 빌미줘선 안 돼…올바른 홍보돼야"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임 당시 김치 홍보를 위해 배포된 홍보 책자에 '파오차이'라고 표기된 김치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장관의 재임 당시 해외문화홍보원의 김치 홍보는 단 두 차례에 그쳤다. 특히 황 전 장관이 '김치 홍보를 세게 하겠다'고 공언한 뒤 홍보는 '김치 홍보 단행본' 배포 한 차례에 불과했다.
8일 매일일보가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문화홍보원의 김치 홍보는 지난해 2월(주한대사 김치 담그기 체험), 5월(김치 홍보 단행본 발간) 두 차례에 그쳤다.
해외문화홍보원은 지난해 2월 18개국 주한 대사관을 대상으로 '주한대사, 김치 담그기 체험'을 시행했다. 주한대사관을 대상으로 김장재료 꾸러미를 제공하고 김치꾸러미 활용 영상을 SNS에 홍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실제로 영상을 게시한 곳은 △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덴마크대사관 △주한 헝가리대사관 △주한 벨기에대사관 4곳에 불과했다.
또 해외문화홍보원이 김치 홍보를 위해 각 대사관에 배포한 홍보 책자에는 '파오차이'로 표기된 김치 사진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파오차이가 김치의 기원이라는 주장을 하는 가운데 중국 측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세계인들이 말하는 김치'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김치 홍보 단행본의 배포 부수는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42개 재외공관(문화원, 홍보관) 126권 △주한공관 146권 △싱가포르문화홍보관 30권 △주다나대한민국총영사관 20권 △주나이지리아문화원 60권 △해외문화홍보사업과 17권 △주도미니카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256권 등 총 655권에 불과했다.
지난 5년간 김치 관련 국내외 홍보 및 관련 행사에 사용된 예산은 주한대사 김치 담그기 체험 40만5000원, 김치 홍보 단행본 발간 2050만원이 전부다. 또 이 기간 동안 김치를 특정해 홍보한 사업 및 행사는 전무했다.
지난해 2월 25일 황 전 장관은 "(김치가) 남의 것인데 내 것이라 하고 싶은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며 "우리가 (김치) 홍보를 세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전 장관이 김치 홍보를 세게하겠다고 한 배경은 김치 동북공정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파오차이가 김치의 기원이며 김치의 종주국이 중국이라고 주장해 파오차이 표기가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고, 중국의 이같은 주장에 국민적 분노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황 전 장관의 발언 이후 중화권에 있는 재외한국문화원의 김치 홍보는 홍콩에서 9번의 행사가 있었고, 중국 본토인 북경에서는 △재중유학생대상 김치만들기 체험 및 나눔 행사(년 3회) △김치로 만드는 요리 소개 행사가 이뤄졌다. 상하이에서는 단 한번도 홍보 행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용 의원은 "최근 중국의 김치 공정, 한복 공정 등 역사 왜곡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한 것은 큰 문제"라면서 "지금이라도 '파오차이'가 표기된 콘텐츠를 수정하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한류가 세계에 불고 있는 지금, 우리의 것을 우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올바른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는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파오차이'(泡菜)에서 '신기'(辛奇, 중국어 발음: 신치)로 명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체부 훈령 제448호, 이하 '훈령') 개정안을 (2021년 7월)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화권 재외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과 중국 최대 영상 플랫폼 요우쿠(youku) 주중한국문화원 채널에는 아직까지 '파오차이' 표기가 된 콘텐츠가 송출되고 있다. '신치' 개정안 시행 이후 7월 30일에 올라온 영상에서도 '김치'가 '파오차이'로 표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