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술유출 몸살 앓는 제약바이오, ‘인재 지키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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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술유출 몸살 앓는 제약바이오, ‘인재 지키기’ 안간힘
  • 이용 기자
  • 승인 2022.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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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메디톡스로 이직한 전 직원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소송
검찰, 삼성바이오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에게 영업 비밀 유출 혐의 수사
만성적인 임상·영업 인재 부족 현상이 원인… 업계 갈등 심화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메디톡스 등은 핵심 인재 이직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제약바이오 핵심 인재가 동종업계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기술 유출로 인한 기업 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업게에 따르면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메디톡스 등은 핵심 인재 이직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균주 도용을 의심하며 형사와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시작된 법정 싸움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1일로 변경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소송과 청원 등을 남발했지만, 메디톡스의 일부 부도덕한 면모가 드러나며 대부분 기각됐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자사 직원들을 입사시킨 후 공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7월 메디톡스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직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서 훔쳐온 균주와 기술로 사업을 했다’며 음해했고, 대웅제약의 직원들을 승진시켜 입사시킨 후 허위사실 유포에 앞장서게 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국내 굴지 대기업의 바이오 분야 자회사들도 핵심 인재를 두고 싸움이 붙었다. 최근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 3명이 삼성바이오 퇴사 직전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검 형사3부는 지난 10월 삼성에서 롯데로 이직한 직원들의 PC 등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퇴사한 일부 직원이 핵심기술을 퇴사 전 출력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간 것으로 보고 지난 5월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또 의료기기 중소기업들도 동종 업계 이직 문제로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중소 진단키트 제조사 S사는 동종 기업으로 이직한 전 해외 법인장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었다. S사는 전 법인장과 퇴사 이후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 이번 이직으로 현지 영업망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가처분 신청 배경을 밝혔다. 해당 직원이 이직한 경쟁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큰 성장을 거뒀으며, 최근 기업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대기업, 중견, 중소 등 기업 크기를 가리지 않고 제약바이오 기업 간 갈등이 유발된 원인으로 만성적인 기술 인재 부족 현상이 지목된다.

2000년대 초부터 이어진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기술을 갖춘 인재는 항상 부족한데,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의 파이가 커지면서 각 기업들이 인재 모집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일부 기업이 세계 무대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영업 인재 쟁탈전도 심화됐다.

D제약사 인사팀 관계자는 ”정부의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제약산업 특성상 개발 단계부터 인허가와 임상 경험 등 학교에서 배운 것 이상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당장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입을 키우는 것은 무리“라며 ”최소한 5~6년 이상의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이들을 두고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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