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부터 부도 사태 본격화… 공공 투자 절실"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2023년 새해 건설업 한파가 더 매서워질 전망이다. 버티던 기업체들도 영업 적자와 부도 사태를 맞으며 건설업 침체 여파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정부 당국과 공공·민간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 주택 경기마저 꺾인데다 늘어난 원가 부담을 상쇄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0.2%보다 낮은 수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2%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다소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은 곳 또한 변동률이 0%대에 그치며 건설업 부진이 이어진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민간연구기관인 건설정책연구원과 한국건설연구원 또한 각각 -0.4%와 0.1% 성장률을 제시했다.
건설업 사이클상 올해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해다. 실제 작년 초까지만 해도 건설투자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투자가 2018년(-4.6%) 이후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던 것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사비 부담이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늦어졌다. 하반기에는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으로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커졌다. 주택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연구기관들은 올해에도 건설업이 악재를 떨쳐내지 못하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비 감소△비주거용 주택 중심으로 민간투자 부진△중소·중견과 지방사업장의 부동산PF 문제△주택 경기 침체 등을 공통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공사비 상승이 둔화되고 토목건설 투자가 개선되리라는 점이다. 다만 지난해 시작된 유동성 보릿고개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브릿지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지원된 자금 대환이 막히면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부터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기관들은 정부 정책 지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과 대내외적 시장의 신뢰 확보가 관건이다"면서 "또 2023년 공공투자 공백이 클수록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