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담대한 구상’은 북맹적(북한을 잘 모르는) 사고 결과”
양무진 “평화적 문제 해결 위해 세부적 로드맵 설정 시급”
정성장 “비핵화 아닌 ‘핵 균형’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조봉현 “비핵화와 ‘담대한 구상’ 병행하는 전략 짜야”
■대담: 권대경 정경부장
■패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소장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핵심 대북정책으로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을 조건으로 6가지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역대 정부가 유지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요구에서 많이 완화된 조건이다. 하지만 북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대한 구상'를 '황당한 망상'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실제 현 정부 들어 북한은 미사일 도발에 이어 최근 무인기 영공 침범까지 도발을 계속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매일일보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신년기획-2023년 대북정책 진단과 해법>에 대해 북한 전문가 4명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는 ▲북한 비핵화 ▲외교 관계 ▲북한 인권 문제 ▲대북 지원 ▲남북 경제협력 총 5개 분야를 세부 주제로 잡았다. 특히 매일일보는 해당 전문가 개별 인터뷰를 '온라인 간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북한과 대화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대체로 무조건적인 강경 대응보다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실효성 없는 '북한 비핵화' 정책보단 남북한 '핵 균형' 등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1. 비핵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 비핵화'가 핵심입니다.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정작 북의 도발 빈도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새해 정부의 대북 정책 노선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은 상대인 북의 의도와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북맹적(북한을 잘 모르는) 사고'의 결과입니다. 군사적 강경 대응만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은 담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관계에 있어 선제적이고 일방적이며 전략적인 조정을 통해 위험을 감내하는 것이야말로 담대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등 디테일한 로드맵이 없습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로드맵 설정이 시급합니다.
■정: 북한 비핵화의 주요 장애 요인들로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실패, 한국의 정교한 대북 전략 부재,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망적·소극적 태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과거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의 실패한 '북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고, 남·북간 '핵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조: 강력한 안보와 한국과 미국의 동맹 아래에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핵화와 윤 정부의 통일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죠. '담대한 구상'이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돼야만 경제적·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등 6개의 경제협력 구상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미사일 무기 체계를 강행하고 있는데.
■김: 북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하나로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외교·군사 그리고 내부 체제 결속 차원에서 계산된 선택입니다. 외교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결렬 이후 더 이상 북한은 북·미대화나 미국의 양보에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군사적으로는 억지력이면서도 무엇보다 내부 체제적 차원에서 핵무력 강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면서, 보다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크다고 봅니다.
■양: 북한의 미사일 비용과 북한 경제난을 연계시키는 것은 서양식 셈법으로 설득이 떨어집니다.
■정: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도 유엔 안보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비용이 들더라도 단기간 내 미사일 능력 제고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조: 북한이 주변국들의 반발과 제재 그리고 경제난에도 미사일 무기 체계를 강행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기세를 떨쳐 보이려는 의도에서의 시위 혹은 관심 끌기용의 목적도 있습니다.
북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가정할 때 우리는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해야 합니까.
■김: 비현실적인 비핵화를 내세우기보다는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바탕으로, 핵이 불필요한 상황인 '불용핵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군비통제적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양: 남·북 대화 속에 핵에 대한 해법이 있는데, 왜 우리가 북한의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정을 하고 얘기해야 합니까. 제 생각으로는 북한은 언제든지 비핵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그 비핵화 속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해야 한다는 의지와 철학을 갖고 움직여야 합니다.
■정: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한국에 대해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한 후 북한과의 핵감축 협상을 통해 남·북 모두 핵무기 보유량을 10~20개 정도로까지 줄이는 사실상 '준 비핵화'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아울러 북한 핵 감축에 상응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어렵더라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전략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중국 등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로 가기 위해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핵 사찰 등이 이뤄져야 하겠고요. 이에 대응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단계별로 해제하고 민생과 경제 지원 등을 진행해야 할 겁니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의한 '핵-제재 병행' 조치 사항도 새롭게 이행·추진해야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등에 대동했는데요.
■김: 후계구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미지 정치' 측면일 겁니다.
■양: 북한은 탄도 미사일이나 미사일 체계에 대해 일종의 축제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김주애'라는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볼 때 그는 백두혈통이자 미래 세대 아닙니까. 결국 전략적 핵무기가 백두혈통도 지키고, 미래 세대도 지킨다는 관점에서 딸을 노출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 북한 노동신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면 '존귀'라는 표현은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과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만 쓰이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을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그가 김정은의 권력을 이을 차기 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신형 ICBM 시험발사장에 대동하고 나타난 것은 그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정책이 그의 딸 김주애에 의해서도 계승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미래 세대'에 대한 메시지라고 봅니다. 미래 세대에게 누구도 북한을 무시하거나 공격하지 못하는 강력한 북한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외교 관계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많은데요.
■김: 한미 동맹과 북미 관계에 끌려가지 않는 남북 관계 그리고 보편적 국제규범 틀 속에서의 남북 관계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 원칙에 따라 우리 대북 정책과 미국의 대북 정책과의 접점을 찾아나가야 하겠습니다.
■양: 미국은 전략적 자아도취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나르시시즘에 빠진 상태에서 중국이라는 신흥 강국이 등장한 겁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땐 남북 관계도 안 좋았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고 한반도가 평화로울 때는 한국이 모든 주도권을 가질 때였습니다. 우리에겐 균형적 외교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북·미가 우리를 패싱하지 않도록 주도적인 전략을 짜야 합니다.
■정: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외정책 과제 수십 가지 중 단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북핵 문제 해결을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존을 미국에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동맹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스스로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북한과 핵균형을 이루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북한도 우리를 무시하지 않고 대화에 진정성 있게 나설 것입니다.
■조: 기본적으로는 북한 도발은 억제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대북한 전략과 관련 프로그램을 가동해 지속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핵과 관련해 강경한 노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결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진영화된 국제질서 아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강화를 바탕으로 서구 중심의 대북 압박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양: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동맹국인 우리 입장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윤 정부는 남북 간 대결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 대화로 빨리 국면 전환을 해야 합니다.
■정: 현실적으로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정교한 해법이 없습니다.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도 이미 확인되었으므로 새로운 해법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남북 핵균형입니다. 이스라엘처럼 핵보유를 대외적으로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은 'NCND정책'을 통해 미국 체면을 세워주면 마지못해 동의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조: 북한 비핵화와는 별개로 보건의료나 식량·환경 등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더불어 북·미와 남·북, 나아가 남·북·미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역할을 촉구합니다.
■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역할은 과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현재 미·중 대결 구도에서 북한을 전략적 요충지로 적절하게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북미 관계가 아닌 남북 관계 중심으로의 전환이 현 미중 대결 구도 하에서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인지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양: 협상의 관점에서 강대국이 양보를 하면 포용이 되고, 약소국이 양보를 하면 굴복이 되는 겁니다. 굴복감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어요. 결국 미국이 포용하는 자세를 가지게끔 우리가 끊임없이 미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정: 미중 전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협조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 정부가 핵비핵산조약을 탈퇴하는 한편, 독자적 핵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하면 중국의 태도는 달라질 겁니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오게 하기 위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는 미국 묵인하에 핵무장을 진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양측의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남북이 먼저 대화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우호적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3. 북한 인권 문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의식해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입장입니다.
■양: 예를 들어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기에 북한 인권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를 했는데, 북한 인권이 개선된 적 있습니까.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시민단체와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일부러 외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것도 아닙니다.
■조: 우리나라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기보다는 한반도 평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 간의 문제 해결 접근보다는 국제 사회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서 국제 사회와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개선되면 군사적 도발도 잦아들 수 있다고 판단하십니까.
■양: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나섰을 때 인권 개선은커녕 오히려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됐습니다. 미국이 왜 인권 대사를 임명하지 않는지 여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정: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돼 북한 주민들이 대외정보에 접근 가능해지면 북한의 대외정책이 보다 온건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군사 도발은 남북 간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남북한이 힘의 균형 즉 핵균형을 이루어야 북한도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보다 신중한 태도로 나올 것입니다.
■조: 북한의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권 문제 개선에 자원을 확대하다 보면 군사적 비용이 줄어들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대외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인권문제 해결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대북 지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앞으로 인도적 지원은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새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과거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 북한은 북미 관계처럼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당분간 기대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이름이나 방식으로 남한이 남북대화나 관계 개선을 제의하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히려 현 정부가 말로만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운운하면 할수록 진정성 없는 '정치적 레토릭(미사여구)'으로 받아들이고 남북 관계는 더 악화될 것입니다.
■양: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인도적 지원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남북이 서로 '주적'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서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인도적 지원을 운운하지 말고,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북한은 앞으로도 남한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위드 코로나 방향으로 간다면 북한도 결국 동일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한국은 중국·미국·일본·유럽연합 등과 공동으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북한 민생의 어려움 해소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한다면 신뢰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결의안 통과로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5. 남북 경제협력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진보 정권보다 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이 활기를 띠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선행되어야 합니까.
■김: 우선 말보다 행동이 우선돼야 하며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비핵화와 남북 경협을 연결시키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한미동맹 전면화를 핵심으로 북의 '선 비핵화'가 절대 목표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재현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양: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빨리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내놔야 합니다.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정: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와 핵 감축에 합의하지 않는 한 윤석열 정부도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조치를 내릴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여야 간 초당적 합의와 한·미 간 정책 공조를 통해 '북한 핵 능력의 단계적 감축'과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등 상응 조치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조: 경제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멈추고 대화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 논의를 남북이 함께 하고, 그 과정에서 중단된 경협 사업을 재개해야 합니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도 필요하겠습니다.
※김: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정: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조: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소장
정리=염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