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간·쓸개 다 내주는 자세로 과거사 문제 해결 안돼"
박홍근 "무능 감추기 급급…안보라인 쇄신 결단해야"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한국 기업이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재원을 마련하게 한 것을 두고 "자해적 외교"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북한의 무인기 침공 대응 실패를 '안보 무능'으로 규정하고, 책임자 문책과 안보라인 쇄신을 촉구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여 '밥상 민심' 의제를 선점하고, 민생과 외교·안보 이슈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일본의 사과도 없이 우리 기업이 출연한 돈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공개했다"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내줄 수 있다는 이러한 정부의 자세로 과거사 문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실상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정부의 방침이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자해적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외교·안보의 잘못된 선택은 두고두고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박근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그 합의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피해자 셀프 배상"이라며 이번 정부의 결정을 성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련의 굴종적 친일 행보는 국민 전체를 모욕하고 있다"며 "사법 주권까지 무너트리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우리 기업에 의한 셀프 배상 굴욕'을 이어가려 한다. 정부가 대변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 아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우리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확정 지었다. 대법원의 배상금 지급 주체는 엄연히 일본 기업인데 정부는 이를 우리 기업이 지급하도록 해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 기업이 대신 변제해 주겠다고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헌법 위반이 아닌가"라며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외교부는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으로부터 걷은 기부금으로 전범기업을 대신해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배상안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 참여 없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북한의 무인기 침공 대응 실패에 대해선 정부의 '무능함'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북한 무인기 침투 대응 실패에 대한 문제 진단 및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군 당국부터 집권여당까지 안보 실패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고사하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 감추기에 급급하다"며 "윤 대통령은 말폭탄으로 우리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지 말고 무인기 대응 실패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안보라인 쇄신부터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무인기 침공 대응 실패를 '안보 참사'이자 '위기관리 실패'로 규정하며 군 대응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무인기를 탐지하는 레이더와 격추시킬 수 있는 전파 차단 장비나 지대공 화기 등을 촘촘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패를 보강할 생각은 안 하고 공격 무기를 만들겠다는데 이미 무기는 북한보다 월등한 우위에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무능을 넘어서 실제 무책임하고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명명백백하게 진단하고 대응책까지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