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메리츠증권이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유동성 경색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업계 영업환경이 크게 위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1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2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와 선별 투자로 양호한 실적을 냈고,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채권금리 상승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이 영업이익 증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6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698억원으로 같은 기간 10.5% 감소했다. 업계에서 경제 침체기에도 부동산 금융 등 IB 사업을 적극적으로 영위한다는 평가를 받는 메리츠증권은 이날 실적발표 자료에서 리스크 관리 상황을 강조했다. 연결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0%를 기록하며 2014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지난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블루오션 시장에 선제적으로 입성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로 PF 등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확산하기도 했지만,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여파를 피해갔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4분기 채무보증 잔액이 4조5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4600억원 감소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신규 딜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사업에 대해 “자본력과 시공능력이 튼튼한 A급 시공사와 책임준공을 약정하고, 금융지주계열 신탁사가 준공을 보장하도록 딜을 구조화했다”면서 “수익보다 안전성을 중시해 (전체 부동산 PF 대출 사업에서) 선순위 비율이 95%”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PF 부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2%로 2021년 말(3.7%)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말(1.3%)보다는 6배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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