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채권 매각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채권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유동성 관리가 시급해진 영향이다.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보험의 해지 환급금 증가와 신종자본증권 등 조기상환권(콜옵션) 물량이 쏟아지면서 여전히 현금 확보가 절실한 분위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지난 1월 채권 총 3조4918억원을 순매도했다. 보험사들은 작년 12월(1조2363억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 규모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이는 채권시장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25%로 전월 대비 44.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5년물도 3.299%를 기록해 전월 대비 44.4bp 내렸다. 2년물은 35.3bp 떨어진 3.450%, 10년물은 43.3bp 하향된 3.297로 집계됐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기침체 우려 심화에 따른 금리 인상 정점 인식이 확산했다. 특히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는 등 물가 둔화 추세가 확연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들이 시장 안정에도 불구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특히 지난해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 영향으로 생명보험의 저축성보험 해약이 급증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 환급금도 늘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한 18조525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1~9월 해지환급금 규모가 연 14조원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대규모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의 유동성을 위협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콜옵션 해야 하는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규모는 1조85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안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규모는 약 4조원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후순위채는 DB생명(800억원), 메리츠화재(1000억원), DGB생명(500억원), 롯데손해보험(600억원), 신한라이프(2000억원) 순으로 콜옵션 만기가 돌아온다. 푸본현대생명(600억원)을 비롯해 한화생명(10억달러), DB생명(300억원), KDB생명(2억달러) 등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저축성보험 해지로 인해 환급금이 늘었고,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콜옵션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매각 작업이 지속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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