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점포 축소·폐쇄 절차 법제화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은행권이 지난 5년간 점포를 줄인 가운데 금융노조와 당국이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점포 축소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영업점 80곳을 폐점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66곳, 우리은행 7곳, 신한은행 7곳이 영업을 종료한다. 하나은행은 점포 폐쇄 계획이 없다.
KB국민은행이 줄일 66곳 중 41곳은 이미 1월에 인근 점포와 통폐합을 했고 오는 4~5월 25곳을 추가 조정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9시~4시까지 천편일률적으로 영업하는 과거 영업점 형태보단 앞으로 저희 9to6 뱅크나 KB 시니어라운지처럼 다양한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채널들을 앞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총 211곳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신한은행이 72곳, KB국민은행61곳, 우리은행 58곳, 하나은행 20곳 순으로 점포를 줄였다. 4대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 3년간 매년 총 2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지난달 27일 금융노조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점포폐쇄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2021년 2월 강화된 사전영향평가 절차에도 은행들은 점포 폐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점포 폐쇄 절차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분기별 업무보고서에 점포 폐쇄 사전 영향평가 결과를 첨부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단 한번도 공개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점포 폐쇄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지난 1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들은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도 점포를 폐쇄하거나 신규 고용창출을 줄여 비용을 절감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이 약탈적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족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점포 축소·폐쇄 관련 절차를 법제화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금감원의 ‘2023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의 점포 폐쇄 현황을 지속해 점검한다. 사전 영향 평가 등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 운영을 보다 내실화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공동 점포나 이동 점포, 우체국 창구제휴 등 대체 수단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은행들은 특정 지역의 점포 폐쇄를 가정해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했을 때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