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연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복원됐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1박 2일의 일본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17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했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얼어 붙어있던 한·일 관계에 봄이 찾아왔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굴종 외교의 정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장기간 경색됐던 양국 관계 회복의 시작점이 됐다는 부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가 없었다는 점과 정부가 지난 6일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식의 피해 배상안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 안을 내놓은 것은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뤄진 한일정상회담에서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 방일에 대한 답방으로 이르면 올여름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서울 답방에서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과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과거에 얽메이란 소리가 아니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있었던 과거를 모른 채 덮어둘 수도 없지 않은가. 잘못 꿴 단추는 끝내 어긋나기 마련이다. 정부는 외교적 능력을 발휘해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는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