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미국 은행의 잇따른 뱅크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은행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를 1046만달러(한화 약 136억원) 순매수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전체 해외주식 중에서도 순매수 1위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위기설이 돌았던 곳이다. SVB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기업 고객이 많고 예금을 주로 장기채권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SVB의 파산을 직후인 지난 13일 하루 동안에만 이 주식을 659만달러(8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61.83%나 폭락했는데도 매수세가 몰렸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최근 급등락세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3일 -61.83%, 14일 26.98%에 이어 15일 -21.37%로 급락했고 이후 9.98% 상승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 낮췄다.
미국 은행 종목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배경은 향후 주가 반등을 노린 저가매수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학개미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매수에 앞서 SVB 주식도 대거 사들였다. 매매체결일 기준으로 지난 9일과 10일 서학개미들은 SVB 주식을 각각 335만달러(44억원), 868만달러(114억원)를 순매수했다. 지난 9일은 순매수 2위, 10일에는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SVB는 지난 10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하지만 10일 개장 전 시간외거래는 이뤄졌다.
SVB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SVB 예금자들에 대해서는 예금자보호한도와 상관없이 예금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는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뱅크런이 펀더멘털보다 심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 만큼 당분간 이같은 우려는 은행주에 있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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