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올해 2월 취업자 수가 작년 2월보다 31만 2,000명 늘어 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이 지난 3월 15일 발표한 ‘2023년 2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2023년 2월의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71만 4,000명으로 2022년 2월의 2,740만 2,000명보다 31만 2,000명(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2월 47만 3,000명 이후 2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5월 93만 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째 연속 감소 추세다.
이렇듯 고용의 양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치달리고 있지만, 고용의 질 역시도 악화절정(惡化絶頂)에 놓여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2개월 연속 감소했고, 평균 근로시간도 주당 41.9시간으로 전년보다 0.3시간이나 줄었다. 문제는 청년층 취업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청년 고용상황은 최악(最惡)상황이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41만 3,000명이 늘어났지만, 15~29세의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12만 5,000명이나 줄었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7.0%로 1년 전 같은 달 6.9%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청년층 고용률도 45.5%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경제의 미래인 청년층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 불안의 씨앗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데 도대체 개선될 기미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경기 침체로 고용이 빙하기(氷河期)에 접어들고 있다는 표징(標徵)이자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고용은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최고의 복지라 일컫는다. 직장이 없으면 소득이 없게 되고 당연히 생활이 궁핍해지기 때문이다. 실업상태가 계속되면 개인의 삶은 망가지고 결국은 무너진다. 특히 청년 실업은 당사자에게 큰 고통일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온 집안의 우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 문제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아쉬움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23년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 성장할 걸로 내다보며 특히 고용 한파가 매서울 전망이라며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의 8분의 1토막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정부는 일자리 관련 예산부터 대폭 삭감했다. 청년고용기업에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지난해 9,952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2,293억 원으로 무려 76.95%인 7,699억 원이나 줄었다. 물론 부정하게 수급한 금액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 8개월간 571개 사업장에서 무려 55억 1,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원의 투명하고 엄정한 집행이 선행되어야지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은 청년고용정책에는 역방향임이 분명하다. 지난 2월 9일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총 751개 사(대기업 75·중견기업 147·중소기업 529)를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기업들이 소규모 채용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민간영역에서 취업난이 가일층 심화(深化)하고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전체 정원 44만 9,000명의 2.8%인 1만 2,442명을 구조 조정하는 내용의 조직·인력 효율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공공 부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인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 도입도 결국은 고용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법정 근로시간을 줄여야만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이어서 노동 개혁의 방향에 부합하는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정부는 공정성이란 역린(逆鱗)을 건드린 2020년에 발생한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의 진정한 의미를 찬찬히 반추(反芻)하고 되뇌어볼 때이다.
청년 실업은 난제 중의 난제이지만,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청년 맞춤형 핀셋 고용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노조원들의 공고한 기득권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이 어렵고, 중·장년층이 과도하게 일자리를 차지해 청년층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세대 간 갈등을 야기(惹起)할 수도 있는 우려의 소리를 하고 있다. 결단코 노노 간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세대별 특화된 고품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서두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좁혀 구직자와 사업장 사이의 눈높이 차이가 빚어내 이미 고질병이 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는 등의 청년들의 근본적인 일자리 해결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고용은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로 역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마이너스(-)로 역성장 가능성이 여전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 확실시 되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의 양과 질은 더욱 악화(惡化)할 것은 마치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기업은 활발한 투자에 나서야만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다. 그러려면 노동 개혁과 규제 완화가 당연히 필수적 선행조건이자 전치절차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400명을 뽑는 공채에 취업 희망자가 무려 18만여 명이 몰릴 정도로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목마름이 얼마나 갈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통찰하고 다각적·다층적 핀셋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서둘러 나서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정부가 고용률을 높일 좋은 정책을 실행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