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에 국민의힘 대통령 거부권 요청 전망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여당은 개정안 통과에 따라 대통령실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찬성 169표, 반대 90표, 무효 7표로 양곡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이상이거나 전년 대비 가격 하락폭이 5~8% 이상일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값이 떨어지면 자체 기준에 따라 초과 생산량을 사들이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양곡법 개정인이 만성적인 쌀 공급 포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만 줄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야당은 식량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에 앞서 3명의 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첫 순서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미래 농업투자를 감소시켜 경쟁력 저하란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악법"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주장을 들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이 의원은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근거로 들어 △쌀 공급과잉 구조 심화와 정부 재정 부담 증가 △공급 과잉 구조 고착화로 쌀값 및 농가 소득의 정체 △밀콩 등 수입 의존도 심화로 실질적 식량 안보 취약성 심화 △쌀 이외 작물의 경우 경쟁력 제고 예산 감소로 형평성 문제 야기 등 4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또 이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상임위 농해수위에서 무려 7차례나 야당의 일방적 날치기로 처리된 절차적 하자를 가지고 있다"며 이후에도 야당은 법사위에서 논의를 하자는 우리 당의 제안을 무시하고 법사위를 패싱해 본회의 부의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가의 52%가 종사하고 농업소득의 17%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 바로 쌀"이라며 "쌀은 국민 모두에게 고마운 상품이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생수 반병값도 안 되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90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도 쌀값은 3만 원이나 폭락하게 만든 이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 없지 않나"라며 "개정안은 시장 경제 일상화버버이 아니라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시적 과잉에 대비한 안전장치일 뿐"이라고 적극적인 찬성을 호소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양곡법 개정안에는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근거로 연간 1조4000억 원이란 혈세가 들어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해당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고, 야당은 직회부를 의결했다.
법사위에 회부된 개정안은 60일 이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상임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을 통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농해수위 상임위 역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 직회부가 가능하다.
당초 김진표 국회의장이 거듭 중재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촉구했지만 여야는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으로 제시한 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전년 대비 가격 하락폭이 5~8% 이상일 경우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수용했다.
그러나 본회의 전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곡시장뿐 아니라 농업 전체에 큰 붕괴를 갖고 오는 법안"이라며 "통과되면 정부의 재의요구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가 예상돼 새로운 관련 법안 추진을 통해 맞서겠다는 전략이라 당분간 여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