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와 알력설도 의혹 증폭, 전문가들 "국민에 명확하게 설명해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한 배경에 국빈 방문 일정 조율과 관련한 논란이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행사의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앞선 외교안보 비서관에 이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까지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사의 52분 만에 조태용 주미대사를 후임 국가안보실장 내정하며 안보 수장 공백 혼란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전날 언론 공지문을 통해 사의를 전하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김 실장 '교체설'이 보도됐을 때는 대통령실과 김 실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교체설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김 실장이 (사의를) 거듭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배경에는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방미와 관련한 반복적인 보고 누락 사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준비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한국 아이돌 블랙핑크와 미국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안했는데, 안보실 실무진이 여러 차례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이를 인지한 윤 대통령이 안보실과 김 실장을 강하게 질책했고, 이러한 맥락에서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줄줄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사의를 전하며 언급한 '저로 인한 논란' 역시 미국 대통령 부부의 국빈 만찬 문화행사 제안의 보고 누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소문으로 떠돌던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알력 다툼설이 드디어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의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통령실 주변에서 꾸준히 흘러나왔다. 결국 김 실장이 사퇴하면서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다툼이 작용했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문화 행사 성립 여부에 대한 보고를 안 했다고 일국의 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 의전비서관을 다 날렸다는 걸 믿느냐"며 "블랙핑크나 레이디 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는 것은 전 세계 웃음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라인들을 교체할 때는 적어도 노선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제가 전해 듣기로는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놓고 안보실 내 외교부라인과 비외교부 라인의 갈등이 터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안보라인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지며 향후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악재로 두고두고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외교에서 큰 거시적인 문제보다 내부 난맥 상황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내부 파워 게임이나 말 못 할 내부 속사정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증폭되면 국민들은 걱정하고 불안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안보 공백 우려에 중도층이 불안해 한다.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보고 누락 부분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상황을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이후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시스템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