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이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준비한 간담회에 중소기업 대표의 아들이 ‘청년 노동자’로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가짜 청년노동자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청년지도부와 대통령실 청년정책 담당 행정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보좌역이 모인 ‘청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는 전날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3명을 초청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장시간 근로와 포괄임금제 등 최근 논란이 됐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이날 참석한 청년노동자 3명 중 한명이었던 김모 씨는 핸드백·지갑 제조 및 군수물품 납품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A 업체의 생산관리팀장으로 소개됐으나, 알고 보니 김씨는 A 업체 대표의 아들이었다.
김씨는 간담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호의적인 언급을 했다. 그는 “계약 후 3개월 내 집중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는 것이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며 “현장에서는 69시간에 대해 긍정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현행 52시간제가 제대로 안 지켜지는데 69시간제로 넘어가면 제대로 지켜질지 매우 불안하다”며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노사 간의 합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김씨가 A 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사실은 간담회 이튿날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을 청년노동자 대표로 위장시켜 참석시켰다”며 “가짜 청년노동자를 앞세워 정부의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청년노동자들의 생각을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손을 잡고 국민을 우롱했다"며 "진짜 청년노동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사를 주도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NS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기중앙회의 협조를 받아 참석자를 섭외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 외에 다른 2명은 각 기업 대표와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중소기업 청년노동자라고 부연했다.
장 최고위원은 “점심시간을 내준 중소기업 청년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며 “더욱 철저한 사전 확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