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vs노동계‧청년층…제도 해석 달라 의견차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과 노동계‧청년층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엇갈리는 입장을 비추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빈번할 뿐 아니라 주52시간 근무제의 유연화까지 비판하는 사례도 많다. 사용자 측에서는 제도 활용 방법을 두고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모른 상태로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변경이 가능하도록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근로시간 환산 단위는 1주일이었지만, 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노사합의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 단위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 골자다.
근로시간 총량은 주52시간 제도에 맞췄다. 한 주에 60시간을 근무하게 될 경우 다른 날 8시간을 쉴 수 있는 셈이다. 근로시간 총량에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 주52시간 근무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중소기업들을 위해 마련됐다고 평가받는다. 수위탁 거래 관계에서 납기일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작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일몰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대체할 수단도 필요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감소로 급여 감소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범법행위를 피하기 위해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납기일 준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현장 근로자 가운데 일부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급여가 줄어 이직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환영하고 있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주60‧69시간 근무제’라며 지적하고 있지만, 단위 환산과 노사합의 등의 실행 조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서로 감시하는 기조가 확산되는 상황 속 공짜 야근 등을 우려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주 노동시간은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종의 특성이나 직무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경우도 48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수당 신청과 연차 사용에 대한 자유성 보장도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MZ세대 노동자 사이에서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급자의 눈치를 보지고 근무 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은 과로사를 조장하는 정책이라 할 만큼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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