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최근 공항과 기내 등 항공 산업 현장에서 각종 보안 위해 사건이 잇따라 생겨나는 가운데 관련 교육 수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인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필리핀으로 향하려던 대한항공 621편에서는 체코제 9mm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됐다. 당시 해당 비행편의 객실 승무원은 한 승객이 장전 시 발사가 가능한 실탄을 주워 전해줬음에도 기념품 정도로 여겼다는 것이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 전언이다. 이후 기내 안전 총 책임자인 기장에게 보고 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엑스레이 이미지를 재조사한 결과, 실탄 주인인 70대 미국인의 휴대 물품 속에서는 총 3발이 확인됐다.
현행 항공보안법 제11조 3항은 공항 운영자로 하여금 무기·폭발물 등 항공 보안에 위협이 되는 물건을 휴대한 승객 등이 보안 검색이 완료된 구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1조 1항은 기내에 위해 물품 휴대를 금지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고시에는 실탄과 공포탄을 포함한 탄약류가 이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1차적으로 인천공항과 제반 시설을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 실패와 2차적으로는 객실 승무원에 대한 대한항공의 교육 미비가 빚어낸 사건이라는 것이 항공보안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학계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 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교육원 △한국공항공사 항공보안교육센터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항공보안교육원 △㈜항공보안 아카데미 등 4개소를 보안 검색 교육 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2004년에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보안 검색 요원 초기 교육에는 40시간이 소요되고, 이 중 엑스레이 판독 교육은 약 20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매우 제한된 이미지들을 암기 형식으로 훈련하도록 돼 있어 합격을 위한 다소 형식적인 교육 과정으로 이뤄져 있고, 따라서 단계적·체계적·개인 맞춤형 교육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교육 과정 중에는 없던 보안 위해 물품들이 난무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상당해 현장에 신규 투입하기 전 고용 업체들은 보안 검색 요원들에 대한 교육을 다시 하게 된다는 전언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인천국제공항보안은 출국·환승 보안 검색 요원에 대해 첫 1개월 간은 안내 업무·개장 검색 등 직무 교육·적응력 훈련을 실시하고, 2개월차에 대인 신체 검색 업무에 투입한다. 3~6개월차에는 선임자가 실탄·급조폭발물(IED)·도검류 등에 대한 판독 교육과 테스트를 하며, 합동 근무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이상 경력을 지닌 테스트 합격자에 한해 단독으로 판독 업무에 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대섭 한서대학교 항공보안학과장(교수)은 "초기 교육을 이론 20시간·판독 실습 80시간·숙달 실습 및 평가 20시간 등 120시간으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며 "개인별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한 맞춤형 판독 실습을 실시해 종합적 실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 학과장은 "정기 교육은 연 2회 온라인 실습으로 진행하되 개인별 역량에 따른 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관련 수당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안 검색 교육 기관을 선정해 인력을 키워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대 테러 보안 기관과 정보 공유·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신력있는 곳에 대해서만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관 자격도 6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신원 조사 과정을 신설하는 등 관할 기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따라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88시간으로 구성된 현행 신임 특수 경비원 교육 중에는 사격·총검술·무도·총기 조작·기계 및 시설 경비 등 58시간 과정이 포함돼 있다. 또한 결원 발생 시 인천국제공항보안은 일괄 채용에 나서고 예비 인력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
소 교수는 "보안 검색과 무관한 과목을 빼고, 엑스레이 판독 실습 교육 등 실전에서 활용이 가능한 과목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수시로 인력을 충원하고, 인턴 사원제를 둬 공항 보안 검색 업무 고도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집체 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객실 승무원들에 대해 항공사들이 기내 반입 금지 물품에 관한 교육 시간의 비중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