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확증 편향. 자신이 생각하거나 주장하는 내용이 옳다고 믿을 때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주장은 묵살하는 화법을 불러오기도 한다.
확증 편향의 사례로는 정치권과 그 지지세력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내용만 맹신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믿는 가운데, 상대 측의 논리와 근거를 무시한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무식하다’ 혹은 ‘공부하세요’라는 말을 비롯해 인신공격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구체적인 분석으로 근거를 찾는 등의 노력은 뒷전이다.
현재 확증 편향을 대입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는 근로시간 제도다. 정치권의 진영논리에 휘둘려 제도의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제도 도입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설명 못한 정부와 확증 편향을 두고 비판하는 집단들을 동시에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두고 주69시간 근무제라고 주장한다. 중간에 ‘최대’리는 키워드를 빼면서, 매주 69시간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은 노사 합의가 이뤄질 경우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이 몰리는 시기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무시간의 총량은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추진한다.
정부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개편안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현장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중소기업 현장 가운데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일 할 사람뿐 아니라 근로시간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나온 바 있다. 지난해 12월 정쟁으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됨에 따라 소기업의 생존권이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MZ세대가 근로시간 연장을 원한다는 내용은 정부의 확증 편향을 의미한다. 개편안에 반대하는 MZ세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선 노사 합의 내용과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키운 모양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성은 공감할 수 있지만, 더 일하고 싶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입을 보장하지 못하고 나아가 그들이 수입을 보장받기 위해 퇴근 이후 다른 일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그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근로시간 제도를 향한 확증 편향은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개편안의 허점을 개선한다는 주장은 없다. 그저 찬성과 반대로 나눠진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국민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꼴이다.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은 확증 편향이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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