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고금리 기조 지속에 전세사기 피해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부동산 1번지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하반기부터는 집주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2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다가구‧연립의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거래는 총 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의 8064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아파트 역시 지난달 총 8890건이 거래되며 전년동월 1만2096건보다 2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도 지난달 1635건이 전세로 거래되며 전년 동월 2691건보다 1000건 이상 낮은 거래량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 2022년부터 전세보다는 월세를 찾는 문의가 늘고 있는데, 이는 월세가 더 좋아서 찾는 것이 아닌 전세에서 쫓겨나다시피 월세로 내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세 기피 현상은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고정금리(2년)는 연 3.860∼6.337%로 집계됐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금리가 오르고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가려는 수요가 생겨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1인 가구가 늘고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신축 오피스텔이 생기며 월세도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 피해 사례 발생도 전세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 확산에 한몫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세 기피 및 월세 선호로 인한 역전세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전세의 월세 전환이 월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빌라에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이전되고 전세 사기와 역전세, 깡통전세 우려로 빌라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 우려가 확산할 전망”이라며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과 전세 보증사고 등이 늘어날 수 있어 역전세 우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이슈로 보증금을 축소하려는 경향까지 늘면서 전반적으로 월세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며 “고금리가 지속되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낮춰 대출액을 줄이는 대신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