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세일즈맨' 자처에도 경기 부진·무역적자 '늪'
네거티브 규제 등 혁신 정책 및 균형 있는 외교 필요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이한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석 달째 경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월간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윤 정부의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선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 등 혁신 정책과 균형 있는 외교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9일 <매일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부진 속에서 미·중 간 패권주의 심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서 '민간 주도 시장 중심'으로의 전환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경제 정책 방향성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행력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 기조 변화에 걸맞는 혁신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뒀으면 '네거티브 규제' 전격 도입 등 획기적으로 규제 완화를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정도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책 등에서도 획기적이진 않다"며 "아직까지 성과라고 할 만한 것들이 지금 눈에 띄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경제 정책 방향성은 동의했지만, 정부가 보여주는 확실한 아젠다가 실종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윤 정부는 민간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밀어준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문 정부 때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처럼 국민 머릿속에 각인되는 대표 정책이 없다. 국가적인 아젠다 세팅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힘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 교수는 '윤 정부가 경제 돌파구를 찾지 못 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게(경제 위기 극복)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물가·임금 정책 등은 바로 추진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 구조는 윤 대통령이든 누가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대통령 리더십으로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가, 이건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노동 개혁이나 근로시간 개편 등과 관련해 정부의 '친기업' 성향이 강하다는 의견에는 "근로시간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좀 정밀하지 못 했던 것 같고, 다른 노동 관련 문제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혁은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현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만큼 '실용·균형 외교'에 입각해 경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평론가는 "비즈니스 외교의 연장선에서 보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많이 줄면서 무역 적자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1호 세일즈맨'에 걸맞게 균형을 잘 잡아서 심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실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