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충격 취약한 코스닥에 한계기업 몰려
IMF도 "韓 기업부채 부실기업에 집중" 경고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우리나라 상장사 5곳 중 1곳은 버는 돈으로 이자 갚기도 어려운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347개를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이었다. 2017년에는 9.2%였는데 최근 5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계기업'이란 통상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하며,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영업 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해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기업이란 의미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율은 2016년에는 각각 9.3%로 같았다. 그러나 작년에는 코스피 한계기업의 경우 11.5%로 2.2%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은 11.2%포인트 증가한 20.5%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에서 한계기업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와 고금리라는 외부 충격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상장사 중 일시적 한계기업(당해연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율은 지난해 말 30.8%에 달했다. 상장사 3곳 중 1곳 꼴로 일시적인 경영 어려움에 부딪힌 셈이다.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2018년까지는 20%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9년 30%대에 진입한 이후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34.6%까지 치솟았고 점차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말 한계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30.4%)이었다. 이어 △‘운수 및 창고업’(25.8%),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5.0%) △‘도매 및 소매업’(23.2%) △‘정보통신업’(16.8%) △‘제조업’(16.4%) △‘건설업’(15.5%) △‘금융 및 보험업’(3.5%)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심각한 수치다. 주요 7개국(G5 및 중국, 한국) 중에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세번째로 한계기업 비율이 높았다. 2021년 기준 미국(20.9%), 프랑스(19.2%), 한국(16.5%) 순으로 조사됐다. 국가별 한계기업 비율 상승폭(2016년∼2021년)은 미국(12.0%포인트↑), 한국(7.2%포인트↑), 프랑스(6.9%포인트↑) 순으로 한국이 2위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 역시 2위였다. 한국은 30.7%였고 미국이 33.5%로 가장 높았다. 2022년 자료가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30.8%로 미국을 추월해 3개국 중 가장 높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급격한 금리인상, 최근의 경기악화 등이 한계기업의 증가 요인”이라며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엔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한계기업의 부채 급증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 이미 기업부채의 상당부문이 부실 기업에 집중돼있어 글로벌 긴축 등의 영향으로 기업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IMF의 경고다.
IMF가 최근 내놓은 '아시아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함께 기업 부채의 20%이 이상이 한계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분류됐다. IMF는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기업 신용위험이 증가하면 한국의 한계기업의 부채비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