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소재 지역 사회, 본사 이전 요구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철강 회사들이 지배 구조 개편 차원에서 속속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1일자로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 사업 회사 동국제강·동국씨엠 등 3개 회사로 인적 분할했다. 변경 상장과 재상장일은 오는 16일이다.
동국제강은 하반기 공개 매수 현물 출자를 통해 10월 말 경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동국제강그룹의 지주회사 동국홀딩스는 전략적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수행한다. 미래 성장 전략을 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차후 산하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을 설립해 철강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전략적 투자처를 찾아 나선다는 입장이다.
신설 사업회사 동국제강은 전기로 기반 친환경 성장 전략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공정·기술·제품 포트폴리오를 핵심 과제로 삼아 각 부문 투자·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신설 냉연 사업회사 동국씨엠은 'DK 컬러 비전 2030'을 추진해 컬러 강판 사업 분야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로써 지속 성장·마케팅·글로벌 세 가지 부분별 주요 과제를 보다 적극 추진해 2030년까지 컬러 강판 관련 매출 2조원, 글로벌 100만톤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동국제강 측 계획이다.
포스코그룹도 지난해 3월 2일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다.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로 철강 산업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기존 포스코를 물적 분할해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포스코로 이원화 했다는 것이다.
철강 사업부문을 맡는 포스코는 비상장 회사로 두고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신사업에 집중토록 한다는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관련, 지주회사 체제 아래 사업회사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철강·2차 전지 소재·리튬·니켈·수소·에너지·건축·인프라·식량 등을 신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포스코는 수소 환원 제철·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 등 친환경 생산 체제를 갖추고, 탄소 중립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다른 회사들이 사업 전략 모색 차원에서 지주회사를 둔다면 포스코의 경우 경영진 지배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1968년 4월 출범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는 민영화를 거쳐 포스코로 문패를 바꿔 달았지만 여타 공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권 낙하산 인사들이 수장 자리에 앉아 정부에 의한 경영권 침해 논란에 시달려왔다.
기존 사업부를 계속 나눌수록 그룹 경영진을 위시한 이사회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선진화 한 지배 구조'를 지주회사 전환 목표로 삼았던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이처럼 국내 철강사들이 하나둘씩 지주회사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로 내부 정리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옮기라고 요구해왔고, 결국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안건이 통과됐지만 주요 인력은 그대로 남을 전망이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본사는 인천에, 충남 당진시에 제철소를 두고 있다. 당진시 지역 사회에서는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환경과 건강권을 희생했다며 포항시의 사례를 참고해 '범 당진시 현대제철 본사 당진 이전 추진위원회'를 조직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주회사를 두면 자회사들을 관리하기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역할 분담으로 인해 제 기능을 온전히 못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으로의 지주회사 본사 이전에 반대할 명분이 과거만큼 뚜렷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