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이익단체 갈등에 ‘막막’…“국민 편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제언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혁신산업이 후진적 규제와 사회 갈등으로 사업화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빌리티·비대면 진료·리걸테크 등의 대표적 혁신산업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와 이익단체와의 갈등으로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난관에 직면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국내 시장 환경으로 사업을 전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면서 “사회 안전망 확충의 측면에서 일부 규제는 필요하지만, 사업 자체를 가로 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례로 모빌리티 사업은 지나친 규제와 법령으로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최근 일단락된 ‘타다 사태’는 이같은 어려움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표출하는 가장 집약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일 대법원 3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성욱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쏘카 소유 승합차 약 1500대를 이용해 268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은 그를 여객자동차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 전 대표 등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정부와 국회가 혁신산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택시사업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약 5년간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비대면 진료 산업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폐쇄적 소통방식과 대한약사회 등 이익단체와의 갈등으로 사업을 본격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이미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사업 모델(BM)과 시스템 등이 준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본격 도입할 수 없다는 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최근 시행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시행했던 방식보다 크게 후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면서 “시범사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단체와의 갈등 속 주무부처와 적절히 소통할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이번 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을 도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복지부의 시범사업안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이용 환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약 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도 크게 한정돼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여기에는 대한약사회 등 특정 단체와의 이권 갈등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리걸테크 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지속하고 있다. 리걸테크 산업은 일반 사용자가 비대면 법률 플랫폼 등을 통해 손쉽게 법률 상담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법률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로 변호사 광고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리걸테크 업계와 지속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협이 광고 플랫폼 뿐 아니라 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 형량예측서비스, 법률사건 견적 비교서비스 등 다양한 리걸테크 서비스를 규제 대상에 포함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역시 이같은 갈등을 인지하고 변호사법 개정 등에 나서고 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는 변호사 광고 규정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 ‘유니콘팜’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변호사협회가 아닌 대통령령에 부여하고, 변호사 광고 수단에 ‘어플리케이션(앱) 광고’도 포함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구(新舊)산업이 갈등하는 과정을 돌파하는 것은 ‘혁신산업’이 감내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면서도 “최대한 일반 사용자의 관점에서 어떤 산업이 편익을 더 제공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