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물량 싸움’…오뚜기‧하림 등 대형 후발주자 유리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햇반전쟁’이 국내 즉석밥 시장 판도를 뒤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햇반전쟁은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마진율 협상 이견차로 촉발됐다. CJ제일제당은 납품가 갈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쿠팡에서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계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 중인 쿠팡과 즉석밥 1위 CJ제일제당이 갈라서며,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재편이 예고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쿠팡 간 신경전이 심화되는 과정 속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햇반전쟁이 촉발된 지 반년가량 지난 지금 시점에서 중소‧중견 신흥 후발주자들이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쿠팡의 올해 1∼5월 중소기업 즉석밥 제품 매출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도 50배 이상 신장했다.
그간 국내 즉석밥 시장은 사실상 CJ제일제당의 독주 체제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 결과,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 ‘햇반’이 66.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30.7%로 2위에 올랐지만, 햇반과의 격차는 두 배 이상에 달한다. 독과점 업체 제품이 쿠팡이란 대형 플랫폼 내에서 빠지며,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단 분석이 나온다.
쿠팡의 연 거래액은 20조원에 육박한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이내에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만 20∼59세 남녀 2천500명을 대상으로 이달 1∼5일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순위에서 쿠팡이 37.7%로 1위를 지켰고 네이버 쇼핑이 27.2%로 2위를 유지했다. 주간 기준 평균 구매 빈도도 쿠팡이 1.5회로 가장 많았다.
국내 소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쿠팡에 입점을 포기함으로써 감수해야하는 브랜드 인지도 및 소비자 접근성 하락 등은 불가피하단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선 중소·중견기업들의 즉석밥 판매율 신장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를 굳혀온 햇반의 아성은 쉽게 깨지기 어렵단 판단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에서 햇반이 빠지면서 이전보단 상대적으로 타사 즉석밥 노출이 늘며 판매율이 오르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한다”며 “햇반은 다른 이커머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여전히 공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사실상 쿠팡에 입점하는 것은 마진보단 인지도 제고의 목적이 더 커서 즉석밥 후발주자들의 이익이 획기적으로 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커머스업계에선 ‘물량 싸움’도 중요하다. 수요에 발맞춘 생산‧공급 능력을 갖춰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단 설명이다. 햇반의 빈자리는 대형 생산‧유통망을 갖춘 오뚜기, 하림 등이 매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소‧중견기업은 1군 선택지였던 햇반의 탈락으로 가성비란 무기를 업고 차선책으로 떠올랐지만, 햇반의 수요를 흡수하기엔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후발주자들이 기술적 측면에서 햇반을 상당부분 쫓아왔다하더라도 브랜드 파워와 물량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에 중소‧중견은 한계가 있다”며 “쿠팡에서 햇반이 빠지면 오뚜기, 하림 등 대형기업들의 제품이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