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LCC 마셜 플랜' 준비…K-항공 상생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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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LCC 마셜 플랜' 준비…K-항공 상생 기회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6.2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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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에어프레미아에 기재 9대·MRO 지원 제안설
황용식 교수 "대기업-중소기업 윈-윈 사례로 남을 것"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에 독과점에 따른 문제 해소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국내 경쟁 항공사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EU·일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법무부(DOJ)와 EU 집행위원회(EC)는 자국 또는 역내 공항에서 인천까지의 여객·화물 운송 시장 내 경쟁 제한성을 언급하며 대한항공에 시정 조치안을 요구하고 있고, 대한항공 법무실은 해당 기관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와 EC는 아시아나항공의 빈 자리를 채울 새로운 항공사를 확보해 오라고 대한항공에 통보했고,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을 각각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 대체 취항사로 꼽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유럽·미주 노선 영업을 희망하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운항을 목표로 A330-300을 도입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 당초 운항코자 했던 인천-크로아티아 노선도 무기한 연기된 형편이다. 아울러 로마·이스탄불도 희망 사항으로만 남아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측에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항공기 리스를 지원하고, 자사가 보유한 중대형 기재 9대 임대차 계약과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웨이항공 A330-300 여객기. 사진=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티웨이항공 A330-300 여객기. 사진=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티웨이항공의 A330-300은 항속 거리가 1만1760km로 다소 짧아 EU 역내에, 에어프레미아는 1만4140km를 날아갈 수 있는 787-9를 보유하고 있지만 적은 기재 탓에 미주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봐서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적극 지원에 나설 경우 티웨이항공은 EC가 경쟁 제한 우려 노선으로 선정한 인천-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등에 비행편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C는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이 현재보다 커지면 직항 외 인천발 타 지역행 항공편이 사라지는 환승 노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단거리용 기종인 보잉 737-8과 737-800을 27대 보유하고 있어 일본·홍콩·마카오·대만·중국·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충분히 연결해줄 수 있는 점을 들 것으로 보인다.

DOJ 또한 EC와 마찬가지로 여객·화물 운송 시장 내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여객·화물 운임을 인상할 경우 자국 공급망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자유 협정국인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함부로 운임 인상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패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고, 한-미 동맹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미국 정부에 중국 항공사들의 동아시아-미주 노선 지배력 강화 가능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사장)가 국제선 정기 취항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사장)가 국제선 정기 취항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한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을 경우 회사 경쟁력이 단숨에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중대형기 20대와 소형기 30대 등 총 50대, 에어프레미아는 2026년까지 15대 규모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단을 꾸린다는 방침 대비 이른 시점에 사세를 키울 수도 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실행에 나설 경우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 규모 확대를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입장인데, 중소 저비용 항공사(LCC)들을 도와 '상생 경영'을 보여줘 ESG를 실천할 수 있고 이미지 개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이어 "중장거리 운항에 나설 LCC들은 성장할 기회"라며 "K-항공업계의 윈-윈 사례가 나타나길 바란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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