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식 교수 "대기업-중소기업 윈-윈 사례로 남을 것"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에 독과점에 따른 문제 해소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국내 경쟁 항공사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EU·일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법무부(DOJ)와 EU 집행위원회(EC)는 자국 또는 역내 공항에서 인천까지의 여객·화물 운송 시장 내 경쟁 제한성을 언급하며 대한항공에 시정 조치안을 요구하고 있고, 대한항공 법무실은 해당 기관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와 EC는 아시아나항공의 빈 자리를 채울 새로운 항공사를 확보해 오라고 대한항공에 통보했고,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을 각각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 대체 취항사로 꼽았다는 전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유럽·미주 노선 영업을 희망하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운항을 목표로 A330-300을 도입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 당초 운항코자 했던 인천-크로아티아 노선도 무기한 연기된 형편이다. 아울러 로마·이스탄불도 희망 사항으로만 남아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측에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항공기 리스를 지원하고, 자사가 보유한 중대형 기재 9대 임대차 계약과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웨이항공의 A330-300은 항속 거리가 1만1760km로 다소 짧아 EU 역내에, 에어프레미아는 1만4140km를 날아갈 수 있는 787-9를 보유하고 있지만 적은 기재 탓에 미주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봐서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적극 지원에 나설 경우 티웨이항공은 EC가 경쟁 제한 우려 노선으로 선정한 인천-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등에 비행편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C는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이 현재보다 커지면 직항 외 인천발 타 지역행 항공편이 사라지는 환승 노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단거리용 기종인 보잉 737-8과 737-800을 27대 보유하고 있어 일본·홍콩·마카오·대만·중국·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충분히 연결해줄 수 있는 점을 들 것으로 보인다.
DOJ 또한 EC와 마찬가지로 여객·화물 운송 시장 내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여객·화물 운임을 인상할 경우 자국 공급망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자유 협정국인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함부로 운임 인상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패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고, 한-미 동맹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미국 정부에 중국 항공사들의 동아시아-미주 노선 지배력 강화 가능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을 경우 회사 경쟁력이 단숨에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중대형기 20대와 소형기 30대 등 총 50대, 에어프레미아는 2026년까지 15대 규모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단을 꾸린다는 방침 대비 이른 시점에 사세를 키울 수도 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실행에 나설 경우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 규모 확대를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입장인데, 중소 저비용 항공사(LCC)들을 도와 '상생 경영'을 보여줘 ESG를 실천할 수 있고 이미지 개선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이어 "중장거리 운항에 나설 LCC들은 성장할 기회"라며 "K-항공업계의 윈-윈 사례가 나타나길 바란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