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대거 차관 차출, 민주당 "장관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단행한 첫 개각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혁과 민생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계기"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구제 불능의 인사"라고 비판하며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윤 정부 첫 개각 인선에 대해 "국민께 말이 아닌 성과로 보여드려야 할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진용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무엇보다 신임 김영호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던 대북정책에 일관성을 더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국제정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칙 있는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검찰 출신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에 대해선 "그동안 이중잣대와 정권 입맛에 맞춘 오락가락 해석으로 논란을 자초했던 권익위원회는 신임 김 내정자가 오랜 법률가 경력을 바탕으로 원칙과 강단에 입각해 정상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새롭게 임명된 차관급 인사 역시 윤석열 정부의 실사구시 기조를 제대로 구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민의힘은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앞으로 남은 임명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 민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한치의 국정 공백도 없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구제 불능의 인사"라고 혹평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사가 만사라는데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완전히 망사가 됐다"며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같이 자격 없는 사람만 고르나"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뉴라이트 계열로 '대북 강경파'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검찰 출신 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자를 콕 집으며 "극단적 남북 대결 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우고,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덮어준 정치검사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앉히겠다니 가당키나 하나. 극우 편향, 검사 편향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김영호 내정자에 대해서는 "일본의 강제 동원에 대한 대법원판결에 "반일 종족주의", "반일 선동"이라고 망언했던 친일 인사이자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을 한 극단적 극우 인사"라며 "윤 대통령도 김영호 교수처럼 "반일 종족주의" 같은 거짓 선동에 경도돼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를 그렇게 굴욕적으로 풀었나"라고 일갈했다.
또 김홍일 내정자에 대해선 "권력 앞에 먼저 몸을 숙이고 비리에 눈을 감고 힘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자에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주는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공정과 상식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장관 인사를 최소화하고 대통령실 출신 비서관들을 대거 차관으로 차출한 데 대해선 정부 부처를 대통령의 직할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회전문 인사를 넘어 대통령실이 장관을 건너뛰고 직접 부처를 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를 일개 검찰청 운영하듯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장관은 결재만 하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부처는 실세 차관들을 통해 대통령실의 하명을 실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급 인사와 함께 정부 부처 11곳의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차관 절반 이상을 윤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이해도가 높은 비서관 출신으로 채우며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에 자칫 '인사 참사'가 되풀이된다면 선거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는 이른바 '실세 차관' '왕차관' 논란을 재현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오며 윤 대통령과 지난 1년간 수시로 대면 보고·지시를 받아왔다.
전날(2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실세 차관, 허세 장관의 왜곡된 부처 운영 구조를 만들어 낼 우려가 크다"며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도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