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에어버스 항공기 핵심 특수강 부품 가공 제작 계약 체결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과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대규모 민간 항공기 부품 계약 수주 낭보를 전해 글로벌 항공기 시장 지배력 제고가 예상된다.
9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AI는 내년부터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양산하기 위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방사청이 지난 5월 16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려서다. 이는 체계 개발에 나선지 7년 반만에 이뤄낸 성과다.
2021년 4월 9일 출고된 KF-21 시제 1호기는 지상 시험을 통해 내구성·소음·진동·구조 건전성 등을 검증받았고, 지난해 7월 19일에는 처녀 비행에 성공한 이후 시험 비행에 200여 차례 투입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시제 6호기까지 모두 최초 비행을 마쳤다. 초음속·야간 비행 성능을 입증한 KF-21은 능동형 전자 주사식 위상 배열(AESA) 레이다를 탑재한 채 시험 비행에도 성공했다.
올해 4월에는 무장 운용 시험에 착수해 AIM-2000(IRIS-T) 단거리·메테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시험탄 분리도 이뤄냈다. 차후에는 △저고도 △고고도 △저속 △초음속 △공중 급유 △공대공 미사일 유도 발사 등 안정성·성능·전자전 장비 시험 사항을 추가로 검증받아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까지 KAI는 KF-21 시험 비행을 2200회 진행하고, 블록-Ⅰ 버전 40대를 우리 공군에 납품해 본격 전력화에 나선다. 2028년부터는 공대지 전투 능력까지 보유한 KF-21 블록-Ⅱ 80여대를 생산한다.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 PGZ그룹은 KAI에 7000억원 규모의 블록-Ⅱ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타진해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8월까지 양산 사업 타당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12월 관련 계획을 승인한 다음 KAI와 내년 상년기 중 양산 계약을 체결한다. 성사 시 KAI는 고정익동에 KF-21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월간 2~3기씩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제2공장 부지도 확보해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생산량 증대도 기대된다.
KAI는 군용 전투기 외 민항기 시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KAI는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와 952억원 규모의 A320 계열 여객기 주날개 부품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29년까지 주날개 뼈대에 들어가는 가공품을 생산해 공급함을 골자로 한다.
앞서 지난 2월 28일에는 보잉과 767·767-2C·777·777X·787 등 5개 기종 착륙 장치에 적용되는 버팀대·지지대·회전축 등 14가지 주요 구조물을 2030년까지 납품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했다. 총 1억500만달러(한화 약 1368억원)다.
랜딩 기어와 같은 착륙 장치 구성품은 티타늄·스테인리스로 제작한다. 이는 난이도가 높은 난삭재 가공 기술과 특수 도금 처리술을 필요로 해 민수용 항공기 사업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통한다. KAI는 2021년 11월에도 787 엔진과 날개가 접합하는 '나셀'에 들어가는 난삭재 사업을 따낸 적이 있다.
이처럼 KAI는 특수강을 가공해 고부가가치 기체 구조물을 제작하며 요소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수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KAI는 지난해 매출 2조7868억원, 영업이익은 1159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오른 수준이나, 53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17.6%p 증가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세계 유수의 항공기 제작사들과 협업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 한다"며 "자회사 캠스(KAEMS)를 통해서 군용기 창정비·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엔진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KAI는 유지·보수·운영(MRO) 역량도 보유한 종합 항공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