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선제적 통제 강화하고 안전 설비 설치해야”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로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자 이미 예고된 일이었던 만큼 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폭우가 내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리뿐 아니라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행정기관에 산사태나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전문가들은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전국적인 호우피해의 경우 정부·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오송지하차도는 지자체가 통행금지조치를 반드시 내렸어야 했다”며 “산사태 발생지역도 지자체가 대피명령을 강력하게 발동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통행제한·대피명령 등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국민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헌법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통행제한과 긴급대피명령권을 부여했는데 이런 권한과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치와 안전 설비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하성 교수는 “3년 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스템이 늦게 도입되고 있다”며 “폭우는 매년 여름 장마철 반복되는데 절차를 간소화해서라도 원격 차단 시스템 등 안전시설 도입을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장마철을 앞두고 많은 비가 예고 됐고 호우가 내렸던 당일엔 이미 호우경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는데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왜 지하차도 통제를 좀 더 강력하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안전통제와 장치 설치 미비로 인해 빚어진 인재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는 2020년 7월 23일 부산 지역에 시간당 최대 81.6㎜의 호우가 쏟아졌을 때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가 밀려든 물에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매년 장마철마다 폭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확률인 높기에 호우경보가 내려진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행정관청과 지자체가 통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대책”이라며 “침수나 산사태 등에 관한 전문인력도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방의 경우 주민들이 대부분 수십여년 거주지를 지키며 살아온 노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현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는 “강제나 의무적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조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장마철에는 산 밑이나 하천 근처에 사시는 노인 등 취약계층을 미리 살펴보거나 문자와 별도로 연락을 취하는 등 특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마에 폭우 피해가 잇따른 데 이어 올 장마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지반 침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장마철과 같은 시기에는 오늘 점검했더라도 내일 지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장마철 침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위험한 지반을 조사하고 즉시 조치를 할 수 있는 상설팀을 관할 지자체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