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정수 기자 | “우리 청소년들은 호국과 보훈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 않았고 말해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청소년이 호국과 보훈의 가치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청소년이 기획과 진행을 맡은 이색 보훈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경북 칠곡군은 지난 28일 김재욱 군수, 워커 장군의 손자 샘 워커 2세,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를 비롯해 청소년 100명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커 장군 흉상제막식’을 개최했다.
워커 장군은 6·25 전쟁 때 백 장군 등과 함께 칠곡 다부동을 포함해 ‘워커 라인’으로 불린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주역이었다
제막식은 행사 기획은 물론 사회, 환영사, 축사, 축하 공연 등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이 무대의 주인공인 행사였다.
행사 기획과 사회는 김재욱 군수에게 워커 장군을 또래 친구에게 알려달라는 민원을 넣은 김동준(장곡중·3) 군과 학교 친구 6명이 맡았다.
이들은 환영사를 통해 “청소년 행사를 제안해 주신 김재욱 군수님께 감사 드린다.”며“왜 우리가 그동안 워커 장군을 몰랐는지 모르겠다. 이 자리를 기회로 삼아 장군님과 모든 참전 용사를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축사를 맡은 이선영(북삼중·2) 양은 “지금까지 호국과 보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6월이면 요란하게 떠드는 캠페인 정도로 생각했다”며“자신과 가족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앞으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행사 축하 공연도 전문 가수나 예술인이 아닌 10대 청소년이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한재린(경북예고·2) 양은 바이올린으로 묵념 곡과 ‘태극기 휘날리며’의 OST를 연주했고, 이혁준(순심고·1) 군은 청아한 목소리로 ‘비목’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했다.
또 손세현(장곡중·3) 군은 워커 장군을 추모하는 자작시를 낭독했고, 강진우·정환희(장곡중·3) 군은 군가‘전우야 잘 자라’를 열창해 백발의 참전용사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칠곡군에 거주 중인 미국 초등학생 쟌 마이클 말퀫은‘GOD bless the USA’를 불러 워커 장군을 추모하고 한국 청소년 공연에 화답했다.
한편 이날 제막식을 가진 워커 장군의 흉상은 국민 5천여명의 작은 정성과 마음이 모여 건립됐다.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해 받침대와 기단을 포함 153㎝ 높이로 제작됐으며, 2종 공립박물관이자 국가보훈부 현충 시설로 지정된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