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반드시 없애야" vs 비명 "비명계 학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 폐지에 준하는 쇄신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의원제 축소 등을 놓고 찬반 입장이 갈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혁신안이 공개된다면 비명(비이재명)계의 강한 반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10일 대의원제 개편을 골자로 한 3차 쇄신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혁신위는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 축소안 등 논의를 마친 뒤 지난 8일 간담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회의를 한 뒤 10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당내 비명계의 강한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혁신위가 의견 수렴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의원제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 검토가 끝나지 않은 것도 연기 배경이 됐다. 설문 결과와 함께 혁신안을 발표하는 것이 쇄신 당위성을 설명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혁신위 설명이다. 혁신위에 따르면 해당 설문조사 내용은 혁신위가 고려하는 쇄신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발표 이전에 나온 대의원제 폐지 수준의 쇄신안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혁신안과 관련해 친명계와 비명계 간 입장 차가 상당한 것은 향후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을 비롯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의견마저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의원제 축소 및 폐지는 그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과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 점을 들어 개선할 것을 주장해 왔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의원제는 근시안적으로 보면 필요해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아무리 힘센 제왕들이 민주주의를 막을 수 없었듯 민주당 민주주의 '1인 1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면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 "당 대표도 1표,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인 헌법상 보장된 평등선거를 하자"라며 "국민의힘도 폐지한 것을 우리는 왜 못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당내 비주류인 비명계에서는 '비명계 학살'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의원제가 축소 또는 폐지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의 표심이 강하게 반영되는 만큼 사실상 이 대표를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비명계 중진 이원욱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의원제와 관련해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개딸' 영향력을 강화하고 공천 제도를 손봐서 비명계를 학살하고픈 욕구가 남아서 혁신위가 일부라도 (기존 제도를) 건드려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이재명 체제 1년에 대한 평가 등은 없이 대의원제나 공천룰을 건드린다"며 "대의원제나 공천룰 조정이 수용 가능하려면 이것 때문에 여태 우리 당 지지도가 못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