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대한민국' 지칭···적대 관계 강조했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일 3국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한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북한 해군절에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한 축하연설에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3국은 공동 위협이나 도전에 3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약속을 마련하며 안보동맹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고수위 발언'은 3국의 안보결집 강화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강도의 도발로 동북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무모한 대결책동으로 말미암아 지금 조선반도 수역은 세계 최대의 전쟁 장비 집결수역,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 해군이 전쟁준비완성에 총력을 다해 상시적으로 임전태세를 유지하며 유사시 적들의 전쟁의지를 파탄시키고 최고사령부의 군사전략을 관철할 수 있게 준비될 것을 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해방위와 혁명전쟁 준비라는 자기의 역사적 사명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주체적군종집단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것을 해군무력앞에 나서는 지상의 과업"이라고 군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것도 처음이다. 대한민국을 한민족이자 협력 대상보다는 적대국가로 간주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란 평가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더해 김 위원장의 비난 발언까지 겹치며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긴장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에는 딸 주애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지난 5월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현지 지도 이후 100여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