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순된 사회구조가 빚어낸 세 인물이 펼치는 B급 호러 스릴러 블랙코미디!
- 우리 삶을 잠식하는 사회문제의 잔인한 아픔 무대 위에서 펼쳐...
- 2023년 09월 20일(수) - 09월 24일(일) 5일간 (평일 19:30, 주말 15:00)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모순된 사회구조가 빚어낸 세 인물이 펼치는 B급 호러 스릴러 블랙코미디!. 우리 삶을 잠식하는 사회문제의 잔인한 아픔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프로젝트 그룹 ‘뾰족한 상상뿔’의 <청산에 살어있다>가 제6회 일번출구연극제의 시작을 알리며 첫 작품으로 오는 20일 한성아트홀 2관에서 상연된다.
줄어드는 정부지원에 민간연극제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연극
단발적이고 산발적인 지원정책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안 되던 지원금조차 정부의 문화예산삭감으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름조차 사라진 지원정책이 수두룩하다. 지원금 없이 제작하더라도 상승하는 대관료와 자재비, 전문 인력의 인건비를 충당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간 연극제는 연극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단순히 공연을 개발하고 상연하는 것을 넘어 현 연극계의 상황을 논의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논의의 창구가 된다. 각개전투보다 힘을 모아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현장 연극인들의 의지다.
물론, 민간연극제가 일반 관객들에게 얼마나 인지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일번출구연극제만 하더라도 지원 편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일번출구연극제를 통해 선보여진 작품이 극단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면, 민간연극제는 수준 있는 연극을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관객의 욕구 모두를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유일의 대중성 지향 민간연극제인 제6회 일번출구연극제에 출품작인 <청산에 살어있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연극이 지원금의 사각지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건강한 사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극과 풍자를 웃음으로 틀어버리다
<청산에 살어있다>는 2022년 초연 당시 연출과 배우들이 장장 8개월 간 주변 캐릭터를 조사하고 그들의 삶에 미친 근현대사의 흐름을 재구성하며 공동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학벌과 취업, 젠더이슈와 경력단절, 차별과 단절, 불통과 부정 등 어두운 주제와 풍자로 인해 단순한 비극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인물, 특별한 등퇴장과 의상의 변화 없이 십 수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연극 속 현실이 사이사이 녹아있어서 블랙코미디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 청산의 의미를 되새기며
- 풀과 나무가 무성한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청산(靑山)
- 채무나 과거의 부정적인 요소를 씻어버리는 의미의 청산 (淸算)
극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성관, 지영, 호철)은 모두 평범해 보인다. 잘 살고 싶었고, 그래서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유토피아가 펼쳐질 날도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배제하고, 흔들었다. 밝고 맑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살아온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꿈꿔도 될까, 마무리 지어야 할까. 어느 쪽을 택하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시놉시스
비 내리는 어느 날 밤의 산장. 자살을 위해 들어온 성관은 무당 지영과 마주치고 두 사람은 대화중에 ‘살어리, 살어리랏다’를 흥얼거리며 들어오는 산장지기 호철과 맞닥뜨린다. 어쩌다 무당이 되었는지,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 산장에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던 세 사람은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알게 되면서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