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추경도 안 돼냐는 野에…韓 "약자 배려 하고 있어"
박범계 "세수 예측 완전 실패…집행할 돈 없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로 격론을 벌였다. 박 의원은 어려운 민생 경제를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한 총리는 정부의 세수 결손을 언급하며 "이런 판에 추경을 통해 추가적인 지출을 더 한다면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열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정부 측과 야당은 경기침체 상황과 추경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진단과 대응책을 내놨다.
박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이 '그렇게 위태롭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며 "따라서 민주당은 어려워진 서민 경제, 민생 파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35조원의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예산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총리는 조금도 추경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IMF(국제통화기금)가 이번에 우리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한 가장 큰 요인은 대한민국이 어렵지만 그래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정부가 돈을 풀면 그것은 한 총리나 저의 주머니에만 들어가느냐"며 "국민과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민간이 그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의원님의 국민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 대해서는 저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정을 도와주시려고 한다면 (그 방법은) 재정을 확충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국민 전체에게 더 높은 물가 부담을 주고 특히 청년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누차 일말의 추경 가능성이 없는지 한 총리에게 문의했다. 박 의원은 "재정건전성의 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추경에 10조원이라도 정말 어려운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추경 편성 용의가 정말 조금도 없느냐"고 질문했다.
한 총리는 "적은 지출이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으로 어려운 분, 사회적 약자,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하고 있다는 말씀 드린다"며 거듭 추경 요구를 거절했다.
두 사람은 올 연말까지 최대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를 내놨다.
박 의원은 "세수 추계는 정부의 역량과 능력을 체크하는 바로미터"라며 "기획재정부의 세수 예측이 완전히 틀려서 지난 8월 기준 무려 43조원의 세입 결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해야 될 내역은 국민들께 공개됐는데 집행해야 될 세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 국민께 사과할 용의 없느냐"고 몰아세웠다.
한 총리는 "우리 경제가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반도체라든지, 국제적인 여건도 더 나빠졌기 때문에 세금이 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며 "이럴수록 우리가 더 근검 절약하고, 전체적인 재정이 건전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더 절실한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박 의원은 참여정부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이 있는 한 총리에게 '그 때와 지금의 경제 정책 신념이 다른 것 같다', '변한 것 같다'는 취지로 한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에게 "임기 끝나기 전에 한 번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무진 충고 한 번 하고 내려가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