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내 기업계에 투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분야는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투자자 선호도 1순위였던 반도체 기업들이 관련 시장 부진으로 최근 주가가 소폭 가라앉았다. 반면 의료 AI 분야는 전반적으로 불과 1년 사이에 열배 넘게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 국내 의료 AI업체 '루닛'의 경우, 1년 전 지난해 9월 1만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9월에는 26만원대로 상승, 무려 20배 가량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제이엘케이의 주가는 3000원대에서 3만원대로 올랐다.
국내 주요 경제 단체와 정부는 인공지능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수단임을 강조, 전방위적 정책 지원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AI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에 버금가는 약 500조원 규모의 성장을 전망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실상은 시장 성장과는 달리 정작 투자금이 몰리지 않아 관련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요 M&A(1억 달러 이상)는 73건, 920억 달러(약 118조 원)로 거래 건수와 투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각각 19%, 12% 감소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AI기업만이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인수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IT 기업들은 차세대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제약’과 ‘AI’를 융합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약개발 AI 플랫폼을 개발해 제약기업에 제공하거나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국내 AI기업들에게 기술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글로벌 초격차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AI 기술 현황과 국제규범 동향 세미나’를 개최하고, 인공지능(AI) 활용 및 규범에 대한 국제동향과 한국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세미나에서는 “미중이 AI 기술패권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등 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한국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관련 투자확대, 인프라 확보, 인재유치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는 이에 호응해 국내 AI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거대 인공지능의 전산업으로의 확산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 협의체인‘AI 데이터 융합 네트워크’의 발족식을 지난 8일 개최했다. 주요 산업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각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확산‧융합 동향을 공유하고 양질의 인공지능 데이터가 적시 공급이 필요한 분야를 신속히 발굴하기 위해 결성됐다.
한편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개인정보 문제, 가짜 뉴스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AI 규제론을 논의 중이다. UN에서는 최근 AI 발전에 따른 위협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급 AI 규제 전문기구 설립 계획을 밝다. OECD에서는 ‘OECD AI 권고안’을 공개한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미국, 중국, EU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AI를 규율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의료 AI 업체 대표는 “가령 열쇠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나왔다고 해서 열쇠공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열쇠공들의 근무환경이 더 편해졌을 뿐”이라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개발자라면 이런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