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 10명 중 6명 대기업 취업 희망
中企 선호 구직자, 10명 중 2명도 안돼
대기업 취업 선호에 中企기피 현상 가중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급여, 복지, 호감도 등 모든 항목에서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역량과 특허까지 대기업계가 ‘싹쓸이’한 가운데, 중소기업 관련 지원도 축소돼 한국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 될 전망이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10년 전에 비해 대기업 호감도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약 4배 많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좋아졌음’ 41.0%, ‘변화 없음’ 49.4%, ‘나빠졌음’ 9.6%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는 △일자리 창출(고용)에 기여한다(71.0%)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한다(62.9%) 등으로, 국민들의 경제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청년 구직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조사’결과,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15.7%뿐이었다. 대기업(64.3%), 공공부문(44.0%), 중견기업(36.0%) 순으로,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중견기업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까닭은 연봉과 복지 등이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30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평균 월 임금(9월 기준)은 346만2000원, 300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는 592만20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소기업 직원은 대기업 직원의 58.4% 수준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청년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보단, 대기업에 취업할 때까지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하면 국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10만6000명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고 대답했다. 중소기업은 신규인력 채용 의지가 확고함에도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은 전년 대비 4.2% 상승한 14.7%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 중소기업계보단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만 해도 정부는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을 올해 대비 4492억원 가량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조 단위인 대기업보단, 투자 한파로 자본금이 모이지 않는 중소기업에게 치명적인 소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국내의 연구개발 투자 비용집중도가 주요 국가에 비해 높아 1위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총 한국 기업의 R&D 투자 중 49.1%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은 대기업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전자(이차전지), 반도체, 정보통신(디지털통신) 등 12개 분야 기술에서 가장 많은 특허출원을 한 곳은 대기업이었다. 제조업에 특화된 국내 중소기업 특성상, 연구개발을 통한 자체 사업을 마련할 방법이 없으니 대기업 하청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분배하기 위한 ‘상속세’ 또한, 과도한 세제 부담 탓에 오히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계의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일례로 최근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약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그러나 주식은커녕 보유 현금도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들은 상속세를 내지 못해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 마저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과 대기업의 협업 프로젝트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지방 도시와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수도권 대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C바이오사 연구원은 “제약업계 연구직 초봉은 대체로 비슷하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구인이 힘들고 인재들도 해당 자리를 기피한다. 취업자 입장에선 대형사에서 일했다는 스펙이 큰 매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