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힘, 현실성 부족한 청년 정책에 혈세 낭비 우려
민주당, 아전인수 지원사업 및 정부 탄핵안에 역량 집중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2024년도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안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거나 축소돼 업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예산안 심사 시한인 30일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R&D 예산의 일률삭감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밝힌 개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체 수정 예산안을 추진하겠단 계획을 전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R&D 예산을 25조9152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31조778억원과 비교하면 5조1626억원(16.6%) 축소된 규모다. 특히 중소기업과 관련된 예산 항목은 더 크게 줄었다. 내년도 중기부 R&D 예산은 1조7700억5600만원에서 25% 삭감된 1조3207억9000만원이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한해 전체 매출인 4492억6600만원이 삭감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중소기업계에서 불만을 성토하자 국힘과 정부는 지난 13일 중소기업 R&D 비용을 일부 증액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힘이 밝힌 개선안 중 R&D 분야 관련 항목은 총 4개며, 그마저도 ‘과학기술 연구인력’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 확대 △대학연구기관에 신형 기자재 등 지원 △기초연구 및 출연연 지원 예산 보완 △비메모리반도체 등 대학연구소․중소기업 투자 증액 등이다. 그러나 해당 예산안에는 구체적인 지원 분야와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데다가, 그마저도 비메모리반도체 등 과학 분야에 편중돼 있어 형평성 논란으로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의 예산안을 바로잡겠다며 최근 내년도 R&D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상향하는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예산안 또한 중소기업계의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산자부 예산안은 정부 원안 대비 2조1926억원 증액, 1875억원 감액돼 총 2조51억원 순증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7개 항목 1831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증액된 분야도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와 소상공인 지역화폐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부분에서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10만6000명의 청년들은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복지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중소기업은 외면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청년의 취업을 도모하려면 두 진영의 격차를 줄이거나, 우수 중소기업을 양성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와 각 당이 총선을 고려해 남발하는 ‘포퓰리즘’ 정책·법안들도 혈세 낭비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대학생들에게 값싼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취지의 사업으로, 일부 대학에선 동문회의 기부금과 지자체의 보조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사업 운영 중인 대학의 경영 부담이 크고, 혜택을 못 받는 대학에선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데다가, 대학생에게만 혈세를 푼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해 처리해야 할 예산안이 산더미 같음에도 여야는 네탓 공방만 지속하는 중이다. 국힘은 민주당이 예산안은 뒷전이고, 행정부 탄핵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정부가 예산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맞섰다.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보다 서로 헐뜯기에 집중하는 만큼, 국민과 중소기업계 처우 개선은 갈수록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